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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어"려운.. 영어

2024년도 수능을 끝마치며

by 플루언스정 202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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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수능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기에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보게 된다. 24년도 수능에서 절대평가인 영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해당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영어 실력에는 국어 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어 문제를 푸는데 국어 실력이 왜 필요하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어 독해 지문은 언어 영역으로 보면 비문학 독해를 영어로 썼을 뿐이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거나, 아이가 긴 글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외국어로 된 긴 글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translate와 reading comprehension은 엄연히 결이 다르다.

 

 수능에서 필요한건 translate가 아닌 reading comprehension, 즉 읽고 이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번역과는 결이 다른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독해 비법이라고 [끊어 읽기니 주제, 지문, 요지 찾기에서는 첫 세문장을 읽고 역접이 있으면 블라블라]를 죽어라 공부하지만 해당 공부 방법은 50점이 나오는 학생을 70점을 나오게는 만들어도 90점 이상은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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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다음 중 "나"의 상태로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

 

 나는 16시간 동안 나의 몸에 음식물을 넣지 않았다. 넣지 않은 음식물들로 인해서 나의 공허한 뱃속에 있는 위에서 나온 위액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비어있는 배를 채우고 있었다. 나의 비어있는 뱃속에 있는 위에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물이 남아있으려나? 그럼 그 음식물은 아마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떠있는 배처럼 위태로운 상태 거나, 이미 폭풍우에 잡아먹혀 산산조각 난 상태일 것이다. 마치 나의 마음처럼.

 

 1) 나는 어제 저녁부터 밥을 먹지 않았다.

 2) 나는 배가 고파서 기분이 좋지 않다.

 3) 나의 상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있는 한 척의 배 같다.

 4) 나는 공허하다.

 5) 나는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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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문이 영어로 써져 있는 게 영어 비문학 독해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생각보다 어렵게 느낀다. 왜일까? 그건 영어실력의 문제가 아니고, 단순하게 언어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영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이므로, 수식어구, 그러니까 형용사와 부사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더라도 독해문제를 푸는데 큰 지장이 없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은 영어 공부를 강화하는 게 아니고, 일단 한글로 된 지문을 정확하게 읽고 정리를 하는 수업을 먼저 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는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서 언어능력에 대한 진단을 먼저 한 후,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2. 생각보다 문법 문제를 해석으로 푸는 학생들이 많다.

 문법 문제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약속한 "문법"을 얼마나 알고 푸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문법을 잘 모르니까 해석을 해서 "대충 이런 뜻이니까 전치사가 뭐가 나오겠구나"라고 찍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문법 문제는 그렇게 푸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약속한 문법은 예외 규정을 제외한 항목에서 딱 하나의 대전제에 따른다. 그리고 그 대전제를 우리는 [품사]라고 이야기한다.

 

 국어는 9 품사가 있고, 영어는 8 품사가 있다. 국어는 예외 규정이 꽤 많은 언어이므로 품사론으로 문법 문제를 풀 때 예외 규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데, 영어는 국어에 비하면 예외 규정이 없는 언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렸을 때, 8 품사에 대해서 스치듯이 듣고 흘러가고,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독해에서 끊어 읽기를 한다고 S, V, ad, a 뭐 이런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다. 독해문제는 주어(S)와 동사(V)의 관계만 따지면 웬만하면 다 풀리는데, 문법은 주어(S), 동사(V), 그리고 동사 뒤에 오는 품사가 형용사(a)냐 부사(ad)냐, 그리고 형용사와 부사를 후천적으로 어떤 형태로 만들어내는지 아는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을 무작정 외우라고 하지만, 사실 거기에는 공식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법 문제가 어려운 학생들은 품사론에 의거해서 문법을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방법을 몰라서 수능을 준비하지 못한다. 해당 내용은 필자가 실제로 수업을 하는 내용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이야기했다. 부디 이 글이 영어에서 길을 잃은 예비 고3 학생과, 그 학생을 둔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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