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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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어쩌면 종종, 아니 어쩌면 자주.
어른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말한다.
"나는 어렸을 때, 내 길을 직접 선택해서 일구었다."
"그러니 너도 네 길을 직접 만들어서, 네가 뛰어가야 한다."
팽창사회에서는 각 개인에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다.
잘못된 선택을 해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좇았고, 누군가는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섰으며, 누군가는 꿈을 좇아 성공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후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열정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흘러 수축사회가 되었다.
이제 선택지는 좁고, 기회는 드물다.
꿈을 좇기에는 현실이 더 빨리 달려오고, 청사진을 그리자니 캔버스가 없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여전히 말한다.
"열정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는다."
시대가 변하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가 새롭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도태된다.
항상 그래왔듯이, 자연의 섭리처럼.
나도, 내 윗세대도 언젠가 도태될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후세대에 훈수를 두는 건,
아마도 가장 흔한 자기기만일지 모른다.
그래서 생각한다.
훈수를 두기 전에, 그들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내가 감히 조언을 할 자격이 있을까.
어쩌면 내 입장에서 함부로 타인을 재단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 말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깊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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