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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연식구

최고 구속 150km의 허상

by 플루언스정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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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를 즐겨보는 팬, 혹은 프로야구 구단에서 종사하는 종사자들 입장에서 1년 중 가장 큰 이벤트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코리안 시리즈나, 리그가 끝난 후 각종 시상식을 생각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벤트는 선수들마다 3~6년 간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 팀의 미래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신인 드래프트라고 생각한다. 이 신인들이 앞으로 FA자격을 얻기 전까지 우리 팀에서 우승을 획득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당장에 코리안 시리즈를 진출할만한 전력의 팀이라면 드래프트보다 코시가 훨씬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신인 드래프트, 그중에 투수의 최고 구속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1. 최고구속 150km의 의미

 150km는 리그를 막론하고 파이어 볼러의 심볼이다. 일단 150km는 던져야 파이어볼러라고 입소문을 타게 되고, KBO리그에서는 프로 팀에 지명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와 같은 것이다. 150km를 던져본 적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던질 수 있는 확률이 그렇지 못한 선수에 비해서 높다는 뜻이고, 그래서 프로 구단들은 "150"이라는 숫자에 집착한다. 그리고 언론들도 해당 숫자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해당 선수가 [좋은 선수]라고 어필한다.

 

2. 구속이란 무엇인가

 18.44m. 이 마법과도 같은 숫자는 투구판에서 홈플레이트 뒷쪽까지의 거리이다. 일반적으로 구속 측정은 도플러 효과라는 것을 이용해서 하게 되는데 이 글은 과학에 대해 논의하는 글이 아니므로 앞뒤 다 자르고 결과만 말을 하자면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서 미트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의 구속을 나타내게 된다. 그 말은 같은 150km를 던진다고 해도 A라는 투수는 짧은 익스텐션으로 18.00m에서 공을 놓고, B라는 투수는 긴 익스텐션으로 17.50m에서 공을 놓는다고 하면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속은 B가 훨씬 빨라 보이게 느낄 것이다. 이것 또한 과학적으로 익스텐션이 1cm 늘어날수록 체감하는 구속은 0.16km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 또한 있다. 그러므로 상기 서술한 B라는 선수는 A라는 선수에 비해서 약 (0.16km*50cm) = 8km 정도 체감 구속이 더 빠르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타자가 느끼는 B라는 선수가 던진 150km의 공의 실질적인 체감 구속은 158km라는 것이다. 

 

3. 최고 구속은 그럼 중요한가?

 개인적으로는 최고 구속보다, 선수의 평균 구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 야구, 즉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아직 신체가 완성이 되지 않았다. 한참 자라고 있는 선수들이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서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어쩌다 한번 150km 이상의 공을 던지게 되었다고 해서, 이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밥 먹듯이 150km를 던지는 투수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생야구에서 최고 구속 150km라고 하면 평균 구속은 144km 정도를 마크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인 팬들은 분명히 어렸을 때 150km를 던졌다고 하는데 왜 프로와서는 못 던지냐고 질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프로에 오게 되면, 체계적인 운동과 신체능력의 발달로 쉽게 150km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키가 커지거나, 몸무게가 늘어나면 몸의 밸런스도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본인에게 맞는 밸런스를 찾다가 결국 밸런스를 잡지못하고 2군에서 방출되는 선수도 있는가 하면, 밸런스를 잡고 늦게라도 포텐이 터지는 투수도 있다. 그렇기에 학생야구에서 최고 구속 150km를 던졌다는 건, 현재 몸에 적응해서 좋은 딜리버리를 가지고 있다 정도로 판단해야 하지 그 자체로 엄청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4. 그럼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언론에서는 빠른 구속은 재능이고, 제구는 노력에 따라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제구야 말로 재능의 산물이다고 생각한다. 빠른 구속은 후천적으로 체격이 불게 되고, 좋은 메커니즘을 통해서 공을 던지다 보면 공은 빨라질 수 있다. 그 공이 제구가 되고 안되고는 후차적인 문제다. 대부분 어린 시절에 제구가 좋지 못했던 선수들은 나이들어서도 좋은 제구를 보장하지 못한다. 왜냐면 손의 감각, 그리고 외전에 유리한 팔인지, 내전에 유리한 팔인지와 같은 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능력을 재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필자는 윤영철을 이의리보다 좋아한다. 2023년도에 윤영철의 등판을 보면서, 아직 체력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나이고, 체계적인 운동을 한 나이도 아니기 때문에 시즌이 진행되면서 힘이 없어 하체가 밀려나가는 모습이 시즌 중반부터 보였다. 그로 인해서 시즌 중반 이후에 제구에서 문제를 드러냈을뿐, 그 외에는 꽤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00년대 후반에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라고 하면 장원준과 양현종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으나, 이의리처럼 매 경기 제구가 좋지 않은 선수들이 아니었고 긁히는 날에 한해서는 제구가 괜찮은 투수들이었다. 결국 장원준과 양현종은 연차가 쌓여가면서 제구력의 평균 수치를 많이 상향시켰고, 결국 좋은 누적 스탯 보여주는 커리어를 남겼다. 윤영철은 양현종보다 장원준과 장원삼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이므로 결국 이의리가 양현종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글쎄. 팔 스윙을 빨리 가져가고, 몸을 좀 더 꼬고, 축발 무릎을 밀어내면서 앞으로 쏟아지는 걸 통해서 딜리버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설사 170km를 던지더라도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이라면 프로에서 남아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이의리도 이제는 생각을 조금 바꾸었으면 좋겠다.

 

5. 결론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부가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필자가 이런 부가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고 구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과, 구속이 빠르지만 제구가 좋지 못한 투수는 1군에서 큰 족적을 남기기 힘들며, 세간의 생각과는 다르게 구속이 아닌 제구가 재능의 영역이다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였다.

 

 필자가 생각하는 재능은 타자는 공을 보는 눈, 그리고 투수는 공을 원하는 곳과 비슷하게 던질 수 있는 손가락 감각이다. 그래서 2군에서 출루율이 0.450이 넘지 않는 타자들의 1군에서 성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으며, 신인 투수들의 구속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야구팬들은 응원팀의 어린 선수들을 볼 때, 너무 고등학교 때의 평가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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