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올러(Adam Oller)는 정말 좋은 투수일까?
기아 타이거즈는 제임스 네일의 짝으로, 즉 프런트 라이너로 아담 올러를 영입했다. 네일이야 꽤나 솔리드 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윌 크로우,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까지 정규시즌 우승을 위해서 온몸 비틀기를 하면서 용병 투수를 영입했다. (윌 크로우는 KBO에서 통할까? https://fluencejung.tistory.com/48)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타자는 투수에 대한 적응을 해야 성적이 나오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투수들은 특이구종, 즉 본인이 속한 리그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 구종을 던질 줄 알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KBO투수들은 예로부터 변형 패스트볼 계열, 씽커, 투심, 커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스플리터 마저도 주구종으로 많이 던지는 선수의 존재가 드물다.
그래서 페디가 아직 미완성 된 스위퍼로 KBO 리그를 평정했으며, 페디의 성공을 본 기아 타이거즈 또한 네일로 리그를 우승했다. 그리고 스위퍼와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구종인 슬러브를 던지는 아담 올러를 영입해 왔다. 그래서 세간의 평가처럼 아담 올러는 기아의 리그 2연패를 위한 적당한 퍼즐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외국인 용병이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구속이 아주 빠르거나, 특이 구종을 가지고 있거나. 의외로 다양한 구종을 통해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성적을 낸 용병 투수는 예전에 기아에서 뛰던 마크 키퍼가 유일하다. 왜냐하면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나쁘게 말하면 구종 완성도가 아주 좋은 위닝샷이 없다는 이야기이며, 구속으로 타자를 찍어 누를 수도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투수는 내전과 외전 성향을 가지고 본인이 던질 수 있는 구종과 던질 수 없는 구종이 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못 던지고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못 던진다. 그리고 그 두 개를 모두 던지던 윤석민은 류현진과 김광현만큼 오래가지 못했다. 아니면 브룩스처럼 투심, 리그에서 생소한 특이구종을 아주 잘 던지면 된다. 올러는 구속이 아주 빠른 투수는 아니지만, 리그에서 생소한 슬러브를 자주 이용하는 투수이므로, 일단 이 두 가지 요소 중 한 가지는 충족한다.
하지만 위에 사진, 탄착군에서 보이듯 올러는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다. 제구라고 하면 컨트롤, 로케이션, 커멘드로 세분화 할 수 있지만 일단 올러는 이 세 가지 분류 모두 좋은 선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슬러브와 커브는 분명히 존 하단을 목표로 던져야 하는 구종이므로, 포심은 저렇게 존 가운데에 걸치는 게 아니고 존 상단으로 좀 더 로케이션이 이동되어야 한다. 저 코스에 던져서 살아남으려면 무브먼트가 아주 좋은 공이거나, 구속이 100마일, 그러니까 구속이 160km가 넘는 공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좌타자를 상대할 만한 구질이 없는 것도 문제다. 우투수의 슬러브나 커브는 우타자를 상대로 던질 때, 코스를 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하지만 우투수의 슬러브나 커브는 좌타자를 상대로는 선택할 코스가 많지 않다. 타자는 투수의 구종, 엄밀히 말하면 구질과 코스를 예측해야 한다. 무슨 구질이 어느 코스로 들어올지 안다면, 타자는 투수에게 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좌타자를 상대로는 하이존의 패스트볼과 그 패스트볼과 페어링 된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해야 하는 피칭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매우 낮아 보인다. 이건 다른 스탯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아래 사진을 한번 보자.
좌측은 아담 올러의 무브먼트 프로필이고 우측은 MLB에서도 좋은 체인지업을 던지는 데빈 윌리엄스의 무브먼트 프로필이다. 체인지업은 페이스-오프 구질로, 포심과의 구속차와 무브먼트가 겹치지 않는게 매우 중요한 구종이다. 하지만 올러는 포심과 체인지업의 구속차가 크게 나지도 않으며, 심지어 무브먼트 또한 비슷하다. 타자에게는 구종보다 구질이 중요하다. 비슷한 구질을 가진 구종은 타자입장에서 타이밍의 차이일 뿐, 스윙 궤적에 똑같이 걸린다. 올러는 평균적인 포심보다 좀 더 테일링이 있어서 체인지업과의 수평 무브먼트 차이에서 손해를 본다. 그리고 체인지업은 수직무브먼트와 수평무브먼트가 모두 MLB평균보다 덜 움직인다. 그러니까 좌타자 입장에서 대처하기 어렵지가 않은 것이다.
물론 상기 서술한 스탯들과 분석은 MLB 공인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거다. KBO 공인구에서는 체인지업이 좀 더 큰 폭의 수평, 수직 무브먼트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처럼 "KBO를 평정할 투수다."라는 명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피칭 디자인의 목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완성도를 가지지 못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시즌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네일의 좋은 파트너로 한 시즌 내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쳐줬으면 좋겠지만, 네일급으로 잘할수 있냐라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부디 내년 이맘때쯤, 필자가 올러 재계약했으니 올해도 투수는 안심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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