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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윌 크로우(Wil Crowe)는 KBO에서 통할까?

by 플루언스정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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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크로우 / 출처 : 스탯캐스트

 너무 오랜 기간 아무 소식이 없어서 올해는 용병투수 없이 시즌을 치르려나 걱정했던 기아 타이거즈가 드디어 용병 투수와 계약을 했다. 그리고 야구팬들은 페디급이다, 페디보다 낫다, 역대급 용병이다 등등으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과연 이 투수가 페디급인지 지금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윌 크로우의 2022년도 구종별 탄착군 / 출처 : 스탯캐스트

 2022년도에 윌 크로우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포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으며 슬라이더는 아주 정확한 목적성과 로케이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씽커의 로케이션은 좋지 못했으며, 포심의 로케이션은 재앙이었다. 우타자 기준 아웃코스의 포심과 체인지업을 페어링을 하려 했고, 우타자 기준 아웃하이 코스와 씽커를 페어링 하려고 한 것 같으나 포심의 좋지 못한 제구로 인해서 결국에는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피칭을 했을 것이다. 슬라이더는 좋은 로케이션과 좋은 커맨드를 보여주었으나 다른 구종들은 로케이션과 커맨드가 좋지 못한, 그러니까 포심의 힘이 떨어지거나 포심이 타자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슬라이더 하나만 던질 수 있는 선수고, 이런 선수는 필연적으로 슬라이더를 강화하기 위해서 스위퍼를 익혀야만 하는 투수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https://fluencejung.tistory.com/23 - 피칭디자인에 대한 글이므로 참고로 읽어보면 좋다.)

윌 크로우의 2023년도 구종별 탄착군 / 출처 : 스탯캐스트

 비록 표본이 작긴 하지만, 윌 크로우는 2023년도에 과감하게 씽커와 커브를 버렸다. 사실 2022년도에도 커브는 거의 버리는 볼이었기에 2023년도에 커브를 던지지 않은 건 중요한 일은 아니었으나, 씽커를 버렸다는 거 자체가 포심-커터-슬라이더-스위퍼, 혹은 포심-슬라이더-스위퍼로 이어지는 구종간의 페어링을 통한 피칭 디자인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좋은 슬라이더를 살리고, 속칭 [똥포심]이라 부르는 포심이 좋지 못한 선수들은 발사각 혁명 이후로 이런 피칭 디자인을 많이 가져가는 편이다. (https://fluencejung.tistory.com/7, https://fluencejung.tistory.com/8 - 발사각에 대한 글이므로 참고로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다른 선수와 비교를 해볼 것이다. 기아 팬에게는 브룩스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며, 일반적인 야구팬이라면 페디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먼저 페디부터 시작하겠다.

페디의 2021년도 구종별 탄착군 / 출처 : 스탯캐스트
페디의 2022년도 구종별 탄착군 / 출처 : 스탯캐스트

 페디는 스위퍼를 준비하는 도중에 KBO에 오게 되었다. 스위퍼의 숙련도가 부족해서 제대로 된 궤적을 보이지 못하면 스탯 캐스트식 분류에는 스위퍼가 아닌 커브로 잡히게 되는데 그래서 페디의 레퍼토리는 씽커-커브(숙련도가 낮은 스위퍼)-커터-체인지업 이라는 일반적인 야구 상식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구종들로 피칭 디자인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스위퍼의 숙련도가 낮아서 커브로 잡히기 때문이며, 원래 의도한 피칭 디자인은 좌타자에게 주로 사용할 씽커 + 커터-스위퍼 조합으로 아주 합리적인 피칭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크로우에 비하면 구종별로 로케이션이 꽤 안정되어 있으며, 특히나 포심이 아닌 커터가 이미 높은 숙련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크로우에 비해서 훨씬 나은 투수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씽커의 잔상이 존의 가운데에 밀집되어서 MLB기준에서는 저런 실투는 하퍼나 슈와버와 같이 힘 있는 좌타자들 입장에서는 군침이 도는 맛있는 공이기 때문에 탱킹장군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음은 기아에서 2020~2021년도 까지 뛰던 브룩스다. 

브룩스의 2019년도 구종별 탄착군 / 출처 : 스탯캐스트

 다른건 이견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구종과 구종별 커맨드 및 로케이션에서는 윌 크로우보다 최소 한 단계는 높은 투수가 브룩스다. 포심-씽커-슬라이더-체인지업이라는 우투수가 좌타자, 우타자 가릴 것 없이 상대할 수 있는 구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잔상이 남고 원할때마다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해서 넣을 수 있는 투수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브룩스정도의 구위와 구속으로 포심과 슬라이더가 존 중앙에 잔상이 남는다는 것 자체가 MLB에서는 큰 단점이 되겠지만 KBO기준에서는 타자를 이겨낼 수 있는 공의 위력이므로 KBO에서 좋은 성적을 남긴 것이다. 

 

 물론 공인구에 대한 적응, 워크에씩의 유무 등 단순하게 레퍼토리와 로케이션, 커멘드만 가지고 투수의 성공 여부를 점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 말대로 페디보다 높은 급이다, 동급이다를 논하기 이전에 페디보다 반 티어 낮은 브룩스보다도 좋은 투수가 아니므로 윌 크로우에 대한 과한 기대는 시즌에 들어가고 나서 팬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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