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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한화의 토털 베이스볼은 합리적인가?

by 플루언스정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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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144&aid=0000928253

 

하주석의 3루 훈련, 정은원의 외야 대비…한화, ‘토털 베이스볼’ 향한다

최원호 한화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프로야구 대부분 구단은 더 나은 봄을 꿈꾸며 겨울을 보낸다. 2010년대 이후 날개를 펴지 못한 한화 또한 다른 봄을 기다리는 겨울을 자주 보냈다. 한화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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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메인에 이런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하주석이 유격수와 3루수를 준비하고 있으며, 정은원이 외야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정은원은 올해 2루수뿐만 아니라 중견수로 출전이 잦았던 문현빈처럼 포지션 이동이 잦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7년 이후 SK 와이번스의 야수 기용법과 일면 흡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 와이번즈는 주전 야수 12~13명을 고루 쓰면서 매 경기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라고 되어 있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SK왕조때의 야수기용과 24년도를 준비하는 한화 이글스의 야수 준비가 어째서 비슷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아예 다른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해당 내용으로 짧은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1. SK왕조 시절의 SK와이번즈의 야수 구성

 00년대 후반, SK와 두산은 각기 비슷한 야수 구성으로 리그를 주름잡는 팀이 되었다. 작전 야구에 능한 야수를 모으고 특히나 외야수들은 발이 빠르면서 수비에 능한 선수들을 모아서 외야에서의 수비 실수나 보이지 않는 실책을 줄여서 상대 타자의 추가 진루를 막는다. 그 과정에서 쓸모없는 멀티 포지션은 없다. 이진영은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멀티 포지션을 수행했어야 했다. 박재상-김강민-조동화의 외야 라인업은 김성근 감독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외야수에 적합한 선수들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이진영은 최대한 수비에 대한 부담이 적은 1루수로 간다. 마찬가지로 박정권도 외야수와 1루수를 겸업했다. 나주환이 숏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는 최정과 정근우의 유격수 알바도 줄어들었고, 그 이후 최정-나주환-정근우-박정권으로 이어지는 내야 라인업이 완성된다.

 

2. 그럼 SK와이번즈의 멀티 포지션과 한화 이글스의 멀티 포지션은 어떤 점이 다른가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한화 이글스 소속의 선수들을 보면 하주석, 정은원, 문현빈이다. 정은원과 문현빈은 2루수와 중견수로 멀티포지션이 가닥이 잡혀 있고, 하주석은 유격수와 3루수로 가닥이 잡혀 있다. 2루수와 중견수는 수비 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다르다. 2루에서는 더블 플레이 시 해야 하는 플레이는 당연하고 각종 수비 백업과 외야로 타구가 나갔을 경우 중계 플레이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할 게 많다. 정은원은 전업 2루수일 때도 좋은 수비수가 아니었는데, 외야에서 수비를 제일 잘해야 하는 중견수와 겸임을 했을 때 과연 어떤 현상이 일어나겠는가? 그리고 문현빈도 해당 질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하주석은 그나마 나은 게, 유격수 자리에서는 좋은 수비수가 아니었으나, 3루 자리에서는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하주석의 좌우 레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며, 3루 수비를 하게 되면 우타자 몸에 가려서 타구가 늦게 보이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경우에 얼마나 빠른 반응이 가능한지도 의문이 든다. 애초에 그게 됐으면 유격수 자리에서도 수비가 훨씬 나았을 테니 말이다. 

 

 SK와이번즈는 기본에 충실했다. 이진영과 박정권처럼 외야수가 겸업을 해야 한다면, 1루 수비연습을 시키고, 정경배처럼 2루수는 3루수와 겸업을 했을 때, 수비에서 적응하기 쉬우니까 2루와 3루 겸업, 그리고 유격수는 되도록이면 겸업을 시키지 않으며,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3루나 2루에서 경험을 쌓고 복귀하거나 아예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주었다. 그래서 07년도 정근우는 유격수로 출전이 잦았지만 정경배가 밀려난 이후 다음 연도부터 2루수로 자리를 잡았으며, 나주환이 그 자리를 08년도부터 물려받았다. 이렇게 수비 포지션 간에도 우선순위가 있고, 비슷한 결을 지닌 포지션들이 있어서 해당 포지션을 묶어서 멀티포지션으로 연습을 시키는 게 정석이다. 

 

3. 결론

 필자는 멀티 포지션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필요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기아로 치면 박기남이나 김민우처럼 내야 어디에 가져다놔도 일단 급한 자리를 막아 줄 수 있는 선수는 있으나 해당 선수가 주전으로 나오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김민재처럼 2루에서 수비를 잘하고, 주 포지션인 유격수도 잘하는 선수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흔하지 않다. 김민재는 박정태의 부상으로 주 포지션도 아닌 2루수로 데뷔를 했음에도 데뷔 때부터 수비를 잘했던 선수다. 이런 좋은 수비 재능을 가진 선수도 내야와 외야를 번갈아가면서, 그것도 2루수와 중견수를 번갈아가면서 연습을 하지는 않았다. 

 

 필자가 야구 이론이든, 클래식-세이버 스탯이든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팀 스포츠다." 이 말은 수치를 넣으면 수치대로 나오는 기계적인 계산이나 이론상의 계산보다, 야구를 직접 수행하는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안 좋은 투구폼이라 하더라도 투수가 해당 투구폼이 편하다고 하면 굳이 전면적으로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과연 한화의 토털 베이스볼(사실 크루이프이즘의 토털 사커도 아니고 토털 베이스볼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한다)은 과연 누구를 위한 토털 베이스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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