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김강민의 영입에 대한 단상

by 플루언스정 2023. 11. 27.
728x90

 2차 드래프트가 끝나고 나서, 많은 야구팬의 이목은 한화에서 지명한, 김강민에게 집중되었다. 도대체 한화는 김강민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김강민은 한화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제는 한화 선수가 된 김강민

1. 베테랑의 값어치

 사실 눈에 보이는 스탯으로 판단하면, 김강민은 이미 준주전에서 보결선수 급이 된 지 한참 됐다. WAR이 2 이상 되어야 주전선수로 판단하는 만큼 김강민은 2010년도 이후로 눈에 보이는 스탯으로는 무조건 주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2011년도 이후 김강민 스탯 / 출처 : 스탯티즈

 중견수가 아무리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기는 하나, 야수가 수비만 할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분명히 공격력에 대해서 무시할 수만은 없다. 김강민의 타석에서의 생산성과 주자가 되었을 때의 생산성을 고려해보면, 최소한 공격력으로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타율에 비해서 출루율이 항상 좋았으나, 김강민은 단독 도루를 비롯한 "발"로 팀에 득점 기회를 벌어주는 선수가 아니기에,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코리안 시리즈에서 박해민을 보면 알 수 있듯, 베테랑의 값어치는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스탯으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기는 방법을 아는 선수, 그리고 넘어간 분위기와 기세를 가져올 줄 아는 선수. 이게 베테랑의 보이지 않는 값어치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그 중에 왕조를 구축했었던 선수들이라면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 다른 모습, 흔하게 이야기하는 "유관 행동"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김강민의 다양한 경험은 확실히 한화의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화의 어린 선수들은 이기는 야구를 해본지 너무 오래되었다. 엘지가 포스트 시즌을 자주 갈 수 있었던 이유도 김현수를 비롯한 "이기는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선수단에 추가되면서 해당 선수가 어린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김현수가 LG와 계약을 맺을 때, 필자의 지인은 김현수를 영입하면서 당장 타선이 달라질 거라고 이야기했고, 필자는 LG가 김현수 한 명으로 당장 달라질 타선은 아니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르고 김현수가 은퇴할 때쯤 김현수가 심어놓은 사과나무가 LG를 바꿀 수는 있다고 말했었다. 김강민은 김현수보다 남아 있는 시간은 작지만, 분명히 한화의 어린 선수들, 그리고 지는 것에 익숙한 중견급 선수들에게 "이기는 야구"에 대해서 잘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2. 중견수로의 가치

 한화는 2000년대 이후, 데이비스-이용규-터크먼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중견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 사이에도 김경언, 강동우, 임재철 등등 수 많은 선수들이 프로듀스 101을 하듯 중견수 경연대회를 했었지만 눈에 띄는 특출 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팀에서 현재 정은원과 문현빈이라는 중견수 예비 후보들이 있으며, 이진영, 김태연, 최인호, 이원석 등에게 좋은 수비수에 대한 교보재가 생겼다. 김강민은 여전히 중견수 자리에서 견실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팀에서 보유한 수많은 젊은 외야수들에게 드디어 수비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얻게 된 것이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 이야기 했듯, 수비가 좋은 중견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실제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멀리 이야기할 것도 없이 한화에 이용규가 갔을 때, 그리고 LG에 박해민이 갔을 때, 공이 외야로 뜨게 되면 팬들이나 선수들이 갖는 안정감이 아예 다르다.(https://fluencejung.tistory.com/32 -소크라테스 재계약에 대한 단상) 중견수는 전체 야수 중에서 제일 넓은 지역을 책임져야 하므로 좋은 중견수의 존재는 단기간에 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물론 세이버 수비 지표는 부정확하기에 정확한 바로미터는 되기 어려워도 한화에서 중견수로 나왔던 그 어떤 선수 중, 김강민보다 나은 수비 지표를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김강민이 풀타임을 뛰고 안 뛰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경기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한화의 젊은 외야수들은 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게 될 것이다.

 

3. 상징적인 가치

 사실 이건 스탯이나 수치처럼 눈에 보이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가 가능한 사항이다. 김강민이라는 이름은 다년간 KBO리그에서 최고의 중견수를 논할 때 언제나 세손가락 안에 나오던 이름이다. 이런 선수가 팀에 합류한다는 것만으로도 팀 내에서는 좋은 영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구를 잘하는, 혹은 다년간 잘했던 선수는 팀의 구심점이 될 수 밖에 없다. 한화는 너무 오랜 기간 이기는 야구를 접하지 못해서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노시환은 아직 어리고, 다년간의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채은성최재훈은 한 팀을 이끌어갈 정도로 야구를 잘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 팀을 이끌어 나갈 정도로 야구를 잘하지도 않고. 문동주는 아직 어린 유망주이며, 정은원이진영은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팀에 합류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김강민은 한화에게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4. 결론

 사실 김강민급 프랜차이즈 선수는, 원클럽 맨으로 남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한다. 원 소속팀에서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은퇴에 대한 생각도 빨리 하고, 다른 팀에서 해당 선수를 데려가고 싶어 하더라도 원클럽 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웬만해서는 팀을 옮기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반대로 하면, SSG는 도대체 김강민급 선수에게 뭘 어떻게 했길래, 선수가 원클럽 맨 타이틀을 제쳐두고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게 되는 건지 의아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화는 김강민을 데려오면서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선수단에게 이기는 야구의 경험을 전파할 수 있고, 어린 외야수들에게 좋은 외야수에 대한 교보재가 되어줄 것이다. 김강민이 앞으로 3~5년간 선수생활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으나, 한화의 어린 선수들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동안 김강민의 야구 경험을 충분히 체험하고, 체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씨앗이 몇 년 후에 발아하여 한화도 전신인 빙그레처럼 포스트 시즌을 자주 갈 수 있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