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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소크라테스 재계약에 대한 단상

by 플루언스정 202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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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의 가치는 시대와 팀의 사정, 그리고 리그의 경향성에 의해서 정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의 값어치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소크라테스 성적 / 출처 : 스탯티즈

 

 소크라테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필자의 다른 글(https://fluencejung.tistory.com/13 - 기아의 소크라테스는 계륵이다)에 나와있으나, 오늘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소크라테스의 타격

 기본적으로 용병타자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하면, 3할-30 홈런-100타점일 것이다. 3할과 30 홈런은 강타자의 기본 조건이고, 100타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투승타타라고 비아냥대는 경향이 있지만 100타점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타자 본인이 잘 쳐야 하며 클러치 순간에서 떨지 않고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는 좋은 멘탈리티와 더불어서 클러치 상황에서 투수에게 기죽지 않고, 투수의 공을 쳐낼 수 있는 타격 기술이 있어야 한다. 세이버 스탯에서는 부정하지만 선수도 사람이다 보니 당연히 클러치 상황에서 멘털이 강한 선수, 그리고 약한 선수가 엄연히 존재하며 그런 클러치 플레이어, 즉 슈퍼스타를 사람들은 스탯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소크라테스는 그런 의미에서 용병타자치고, 좋은 타자가 아니다. 올해 소크라테스의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보면 비슷한 선수가 있다. 

양석환 성적 / 출처 : 스탯티즈

 이번에 FA를 신청한 두산의 양석환이다. 우리가 양석환에게 좋은 타자라는 이야기를 하는가? 그런데 어째서 소크라테스는 좋은 타자라는 이야기를 듣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일부 팬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소크라테스 쓰면서 배부른 소리 하네 윌리엄스 사용해 볼래?" 다른 팀들의 용병이 모두 망했다고 해서, 소크라테스가 기준치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한 게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다른 팀 용병들의 성적은 그네들 이야기고,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 별개로 하나의 용병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수능처럼 상대평가도 아닌데, 도대체 다른 팀 용병이 망한 거하고, 기아 타이거즈 소속 선수가 상대적으로 해당 선수보다 잘한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2. 소크라테스의 수비

 이 챕터는 소크라테스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야구는 "팀"게임이니까. 소크라테스 양 옆, 즉 코너 외야수로 자주 나오는 선수들이 나성범, 이우성, 이창진, 최형우였다.(고종욱과 김석환은 출장 경기수가 많지 않으니 포함하지 않겠다) 내야에서의 실책은 대부분 한 베이스로 끝난다. 하지만 외야에서의 실책이나 미숙한 수비는 두 베이스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예를 들면 외야로 공이 떠서 가는 경우 체공시간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에 타자도 많은 이미 많은 거리를 뛰었을 것이다. 거기서 외야수가 실책을 한다면? 단순하게 한 베이스 더 주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외야에서의 실책은 상대 타자가 한 번에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그 부담은 온전히 투수가 지게 된다. 더불어 외야에서 플라이볼로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는 상황에서 미숙한 수비로 그 공을 잡지 못하거나 놓친다면. 그 또한 부담은 투수가 지게 된다. SK와 두산이 00년대 후반에 발 빠르고 컨택이 준수하며, 수비가 좋은 외야수들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리그를 주름잡았는지 생각해 보자. 삼성이 왕조를 세울 때, 압도적인 투수력과 더불어서 박해민의 수비력이 어땠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중견수는 단순하게 수비수 중 한명이 아니다. 사실상 외야 수비 시 좌중간과 우중간을 커버하면서, 유격수 뒤쪽, 2루수 뒤쪽까지 포함하면 외야 수비의 60% 이상을 중견수가 담당하는 것이다. 중견수는 모든 수비포지션 중에서 담당하는 구역이 제일 넓다. 그래서 지키는 야구를 하고 싶으면 일단 중견수와 유격수가 강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타격 능력으로는 치는 야구를 할 수 없고, 기아 타이거즈는 타력이 강한 팀이 아니니 결국 소크라테스의 수비력은 기아 타이거즈의 투수력에 부담을 더 가중시켜 주는 역할밖에 안 되는 것이다.

(해당 글은 마찬가지로 필자의 다른 글 https://fluencejung.tistory.com/17 - 기아타이거즈의 김종국 감독을 경질해야 하는가를 읽어보길 바란다) 

 

3. 소크라테스의 값어치

 개인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수비는 버나디나와 비교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소크라테스의 공격력은 터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아 타이거즈에 있는 선수들끼리 비교를 한다고 하면, 김호령의 수비로 소크라테스의 타격보다 벌어오는 게 훨씬 많다고 생각하고, 최원준의 수비와 소크라테스의 외야 수비가 어깨를 제외하고 비슷하고, 어깨는 확실히 최원준이 소크라테스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장타력과 최원준의 주루가 서로 상쇄된다고 생각해서 결국 소크라테스는 최원준에 비해서 확실한 비교우위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무조건 중견수는 소크라테스를 고정으로 놓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아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1루수다. 유민상도 못 밀어내던 황대인에게 강제로 투자당한 잃어버린 세월 덕분에 변우혁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 없어졌으며, 이제는 이우성을 1루로 포지션 변경을 하겠다고 한다.(해당 내용에 대해서 필자가 쓴 글이다 https://fluencejung.tistory.com/26 - 이우성이 1루수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냥 1루 용병을 구해오면 앞서서 말했던 모든 일들이 다 해결된다. 기아는 최원준과 김호령으로 공수를 모두 잡을 수 있고, 팀 내 가장 큰 구멍인 1루를 용병으로 막아볼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변우혁과 황대인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으며, 이우성이 굳이 내야수로 넘어오지 않아도 된다. 이런 길을 두고 소크라테스를 재계약하려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프런트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하니 비겁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지. 괜히 소크라테스를 바꿨다가 바꾼 용병이 못한다면? 소크라테스를 왜 바꿨냐고 욕먹을 게 두려워서 그렇다. 분명 기아 타이거즈는 사기업인데, 공무원보다 더 보수적이다. 쉬운 길만 찾아가면 도태된다. 장사를 하거나 기업을 운영할 때, 쉬운 길만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야구팀 운영은 쉬운 길만 찾아가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결론은 기아 프런트는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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