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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전준우는 영구결번이 타당한가에 대한 단상

by 플루언스정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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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앞서, 기아 타이거즈 팬 입장에서 전준우가 이룬 모든 커리어를 폄하할 생각이 없다는 걸 밝히는 바다. 하지만 영구결번에 대해서 팬들마다 받아들이는 가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필자의 생각을 적으려고 한다.

 

1. 영구 결번이란 무엇인가

 프로야구 창설 41주년이 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모두 17명이 영구결번이 되었고, 그중 윤동균은 영구결번에서 해제되었다. 그래서 총 16명의 영구결번 선수가 있다. 명단을 살펴보면 김영신, 선동열, 김용수, 박철순, 이만수, 장종훈, 정민철, 송진우, 양준혁, 최동원, 이종범, 박경완, 이병규(적토마), 이승엽, 김태균, 박용택, 이대호 등 각 팀별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야구를 잘했던 선수들이 주로 영구결번으로 지명되었다.(김영신은 추모의 의미로 영구결번이 되었다.)

 

2. 그럼 전준우는 영구결번이 타당한가?

전준우 통산 성적 / 출처 - 스탯티즈

 윗 사진은 전준우의 통산 성적이다. 교타자의 덕목인 2,000안타를 기록하지도 못했고, 강타자의 조건인 30 홈런은 한 시즌 달성했으며, 호타준족의 조건인 30-30 혹은 20-20 또한 달성한 적 없는 선수다. 그러니까 어렵게 이야기하지 말고, 일반적인 인식에서 야구를 잘한 선수는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WAR* 45가 어느 정도냐면

역대 WAR* 순위 / 출처 - 스탯티즈

 이 정도 순위이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인식에서 영구결번에 들어갈 성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준우가 영구결번 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가 있을까. 첫 번째로 전준우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통산 15 시즌을 이적 없이 한 팀에서 뛴 선수다. 두 번째는.. 없다. 그렇다. 필자가 생각하는 전준우가 영구결번에 어울리는가라는 명제에서 떠올릴 수 있는 근거는 야구를 잘해서, 혹은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추모 혹은 사고 방지를 위해서, 아니면 야구 역사에 무언가 큰 족적을 남겨서와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고 그냥 프랜차이즈 스타여서 그렇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3. 그러면 전준우는 영구결번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이건 타 팀 팬들이 공개적으로 논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구결번이라는 것은 해당 선수가 팀에 보여준 로열티와 팬들에게 보여준 플레이를 회상하면서 "우리에게는 이런 선수가 있었지."라고 감정이 가득 차 있는 추억의 바다로 여행을 떠나기 위한 방법론 중 하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태, 기아 타이거즈 역사상 전준우와 비슷한 누적을 가진 이순철, 한대화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고 하면 반대할 것이다.

 

 왜냐면 영구결번이라는 건 팀의 얼굴이다. 특정 선수를 이야기했을 때, 팀의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고, 선수의 플레이가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어야 한다. 그게 영구결번이 팀에게 주는 무형의 가치다. 야구를 적당히 잘한 선수들을 영결을 주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그 팀의 영구결번의 무게감은 낮아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태, 기아 타이거즈에서 선동열과 이종범, 단 두 명만 영구결번인 것을 찬성한다. 해당 시대를 지배한 선수들만 타이거즈의 얼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성한, 이순철, 한대화, 이상윤, 이강철, 장성호, 홍현우 등등 야구를 잘했지만 영구결번이 될 수 없는 선수들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네들은 시대를 지배하지 못했으니까. 선동열과 이종범의 영구결번으로 타이거즈는 "야구를 아주 잘 한 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요즘 타이거즈 팬들이 주장하는 나지완과 양현종의 영구결번도 반대한다. 30 홈런도 쳐본 적 없는 선수가, 100타점도 못해본 선수가, 타이거즈의 영원한 얼굴이 된다고 생각하면 속된 말로 "격"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웃기지 않은가, 선동열과 이종범을 이어서 나지완이 영구결번이 된다고? 마치 포르셰,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K8 타고 다니는 느낌이지 않은가? 그래서 양현종도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영구결번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양현종은 결국 김광현을 넘지 못했다. 양준혁과 이승엽이 동시대에 같은 팀에서 좋은 타선을 구축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양준혁의 누적이 좋다고 이승엽보다 좋은 선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4. 결론

 그래서 결론을 내자면 각 팀의 영구결번의 기준에 대해서 타 팀팬들이 논쟁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영구결번의 수가 많아질 수록, 그러니까 낮은 기준이 적용될수록 영구결번에 대한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팀 브랜드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박용택과 이대호의 영구결번도 마찬가지다. 타팀이 어떤 선수를 영구결번을 하든 그건 그 팀과 해당 팀 팬들의 자유다. 단, 그로 인해서 팀 브랜드가 격이 떨어지는 것도 그 팀과 해당 팀 팬들이 견뎌야 할 이야기다. 타팀 팬이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 타이거즈는 혹시라도, 정말 만에 하나라도, 나지완과 양현종의 영구결번을 추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두 명이 이종범과 선동열은 아니지 않은가. 영구결번이 너무 없다고? 괜찮다. 추모의 의미나 사회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게 아닌, 성적을 통한 영구결번은 무조건 기준이 높아야 한다. 그게 팀 브랜드를 지키는 길이고,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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