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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공인구

피칭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by 플루언스정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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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오래 본 팬이라면 [피칭 코디네이터]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엘지팬이라면 차명석 단장을 통해서 [피칭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뭐길래 그렇게 중요하게들 생각하는 건가. 다들 중요하다고 말만 하지 어째서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이 없으니 오늘은 [피칭 디자인]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겠다.

 

1. 피칭이란?

 피칭은 매우 간단하다. 투수가 공을 잡고, 포수를 향해서 던지면 된다. 그렇다면 좋은 피칭은 무엇인가? 좋은 피칭은 투수가 포수를 향해 던진 공이 타자의 배트에 맞지 않거나, 배트에 빗맞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행동이다. 효과적인 피칭은 무엇인가. 좋은 피칭을 얼마나 적은 수의 투구로 행할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부터 피칭 디자인이 시작된다. 

 

2. 피칭 디자인

 투구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1) 구질의 다양화를 통한 피치터널

 2) 구종간 페어링을 통한 피치터널. 이제 해당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2-1. 구질의 다양화를 통한 피치터널

 먼저 좋지 않은 그림 퀄리티에 대해서 사과부터 하겠다. 해당 사진에서 포심을 던졌을 경우, 빨간색 원에 들어가고 똑같은 코스로 들어오다가 서클 체인지업이 녹색 원으로, 그리고 똑같은 코스로 들어오다가 슬라이더가 주황색 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피칭 디자인을 하는 것이 구질의 다양화를 통한 피치 터널이다. 

포수시점

 

2-2. 구종간 페어링을 통한 피치터널

 MLB에서는 어퍼스윙에 대한 대응책으로 스위퍼라 불리는 횡으로 도는 슬라이더가 유행하고, 빠른 구속의 포심을 던질 줄 아는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구종간 페어링을 통한 피치터널로 피칭 디자인을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포심이 빨간색 원, 커터가 주황색 원, 스위퍼가 녹색원이다. 투수의 릴리스 시점부터 피치터널 구간까지는 동일한 궤적으로 오다가 도착 지점이 이렇게 달라지는 원리로 타자가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밀어서 효율적으로 범타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메이저에서 주류로 발전하고 있는 구종간 페어링이다. 

포수시점

 

3. 투수의 신체적 능력

 여기서부터가 진짜 피칭 디자인이다. 야구경기를 보다보면 투구를 슬로 모션으로 보여줄 때, 투수의 손이 안쪽으로 틀어지면서 공을 놓을 때가 있고, 바깥쪽으로 손이 비틀어지면서 공을 놓을 때가 있다. 전자는 내전, 그리고 후자는 외전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의 신체는 태어날 때부터 내전과 외전의 효율이 정해져 있다. 이것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는다. 

 

3-1. 내전을 잘하는 투수

 손바닥을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틀면서 공을 놓는 유형의 투수들은 포심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흔하게 포심을 채면서 던지라고 하지만 사실 포심은 공을 눌러서 던지는 구종이며, 내전을 잘하는 투수들은 공에 대한 회전 효율이 좋아서 공이 떠오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런 투수들은 손가락의 감각이 좋은 경우 서클 체인지업을 익히기 용이하며, 만약에 손가락의 감각이 좋지 못하다면 스플리터 그립을 잡고 손목을 내전 시켜서 궤적을 서클 체인지업처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내전을 잘하는 투수는 구질의 다양화를 통해서 타자를 상대하는 피칭 디자인을 잡게 된다. 

 

3-2. 외전을 잘하는 투수

 외전을 잘한다는건 공의 옆면을 잘 채서 던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선수들은 포심의 구위와 업-무브먼트가 좋지 않으며, 이런 선수들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기 용이하다. 그래서 이런 선수들은 페어링에 집중해서 포심-커터-스위퍼로 레퍼토리를 잡는 경향이 있으며. 만약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심-커터-스위퍼의 구속이 나오지 않는 경우, 공의 옆면을 스치듯이 던지기 편한 스플리터나 포크볼을 이용해서 포심-스플리터(포크)-슬라이더(스위퍼)로 내전을 잘하는 투수처럼 구질의 다양화를 통해서 피칭 디자인을 잡게 된다. 

 

3-3. 손가락 감각

 손가락 감각은 체인지업의 레퍼토리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서클 체인지업, 야구를 오래 본 사람들이라면 OK볼이라고도 알고 있는 이 구종은 내전이면서 손가락의 감각이 예민한 투수일수록 좋은 무브먼트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투수는 손가락 3개(중지, 약지, 계지)로 공을 훑으면서 던지나, 손가락의 감각이 예민한 투수는 검지의 옆면까지 포함해서 총 3.5개의 손가락으로 공을 훑어서 엄청난 좌우 무브먼트를 만들어 낸다.

 

 외전을 잘하는 투수가 손가락의 감각이 좋지 못하다면 선택할 수 있는 구종이 벌칸 체인지업이다. 에릭 가니에를 통해서 유명해진 체인지업이며, 엄청난 다운-무브를 보여주는 말 그대로 눈앞에서 공이 사라진다고 느끼는 체인지업이다. 중지와 약지를 벌린 상태로 포심을 던지듯 백스핀을 주면서 던지면 되는 구종이므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맞지 않으면 대중적으로 던지는 게 스트레이트 체인지업, 통칭 쓰리핑거 체인지업이다. (물론 요즘은 쓰리핑거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를 보기 어렵다. 쓰리핑거 체인지업의 경우 실투를 했을 때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경기를 볼 때 흐물흐물 떠서 날아가는 느린 공은 웬만하면 쓰리핑거 체인지업의 실투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실투가 나왔을 때 타자입장에서 보고 치기 어려운 구종이 아니므로 요즘에는 서클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중에서 고르는 경우가 많다)

 

4. 피칭 디자인의 어려움

 특정 선수가 외전을 잘하는 선수인지, 내전을 잘하는 선수인지 구분을 해놓고도 해당 선수가 손가락 감각이 어떤지에 따라서 또 체인지업의 종류를 결정하고, 도저히 체인지업을 익히지 못한다고 하면 스플리터를 익혀서 손목의 회전을 통해, 혹은 그립을 손에 깊숙히 잡는지, 얕게 잡는지, 회전을 더 주는지 그냥 손에서 빼면서 던지는지 등등 수많은 방법론 사이에서 본인에게 맞는 그립을 찾고, 맞는 레퍼토리를 찾는 과정이 피칭 디자인이다. 그래서 선수별로 차이는 있으나 피칭 코디네이터가 피칭 디자인을 해서 맞는 레퍼토리를 찾는 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그동안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공을 가지고 놀면서 이 그립, 저 그립 잡아보다가 그냥 손에 맞아서 던지는, 우연이 운명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피칭 디자인이 어렵다. 완벽하게 이론을 정립해서 준비를 하더라도 결국 손가락의 길이, 손의 크기, 내 몸의 상태에 따라서 피칭 디자인은 수없이 많은 길로 분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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