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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공인구

안타는 쓰레기일까?

by 플루언스정 202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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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OPS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볼넷"과 "홈런"에 대한 인식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반면, "단타"에 대해서 인식이 좋지 않다. 그래서 해당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wOBA라는 스탯이 있다. 해당 스탯의 공식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Run Expectancy, 즉 기대득점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기대득점을 구한 이후에 Run Value, 득점가치를 구해야 하는데 이 득점가치는 아래와 같다. 

 

 [득점 가치 = 종료 시점의 기대 득점 - 시작 시점의 기대 득점 + 이벤트로 인한 실제 득점]

 

 하나하나 스탯을 모두 구해서 계산을 해보면 좋겠지만,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쉽게 볼 수 있는 스탯들을 굳이 직접 계산을 할 필요가 없기에 인터넷에 득점가치를 검색했다. 그래서 검색한 이벤트별 득점 가치는 다음과 같다.

출처 : 나무위키

 

 여기서 독자들이 궁금해할 항목은 아마도 Interference, Non-Intentional walk, Balk, Intentional Walk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차례대로 해당 항목이 무엇인지 나열하겠다.

 

 Interference : 공식 명칭은 Catcher's interference로 포수가 주자를 방해하거나 타자를 방해하는 행위

 Non-Intentional walk : 사구(A.K.A 볼넷)

 Balk : 보크

 Intentional walk : 고의 사구

 

 이렇게 보니 일반적인 인식에 위배되는 내용이 하나 보인다. 볼넷은 안타에 비해서 기대득점이 낮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1. 타자의 심리

 타자는 중요 카운트에서 칠 수 있는 공을 굳이 타석에서 지켜보면서 골라내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 타자가 유리하거나 승부가 들어오는 카운트에서는 칠 수 있는 공을 타석에서 지켜보면서 굳이 스트라이크가 될 위험성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본인의 능력에 자신이 있고,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띄고 있다면 타자는 친다. 비록 그게 아웃이 되더라도.

 

 타자도 사람인지라 본인의 스윙 궤적, 혹은 연습을 하다 보면 생기는 감각으로 인해서 특정 코스에 본인이 약하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 그 코스에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공이 오면 "손이 안 나가는 것"이지, "골라내서 안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갈 정도의 타자라면, 혹은 협응력이 좋거나, 컨택에 자신이 있는 타자라면 굳이 칠 수 있는 공을 골라내서 볼넷으로 출루할 필요가 없다. 

 

2. 출루의 맹점

 타자는 경기에서 맡는 역할이 3가지가 있다. 타석에 서면 타자, 출루를 해서 루상에 나가면 주자, 수비 이닝에서는 야수가 되어 수비하기. 타자가 단순하게 출루를 한다고 자신의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서 양의지가 볼넷으로 1루로 출루한 것과 박해민이 볼넷으로 1루로 출루를 한 것은 수비하는 입장에서 마음가짐이 다르다. 양의지는 단독도루도 안되고 웬만큼 느린 땅볼에도 2루에서 무조건 죽는다. 만약에 양의지가 스트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을 골라낸다고 치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했고, 다음 타자가 병살을 쳤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양의지는 볼넷을 얻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면죄부를 받고 병살을 친 다음 타자는 팬들에게 죽일 놈이 된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가? 

 

 클린업에 들어갈 정도의 타자라면 당연히 그 팀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들이다. 이 명제는 약팀과 강팀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팀 내에서 잘하는 타자들이 클린업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렇게 하고도 팀 내에 잘 치는 타자들이 많다면 그다음으로 고려할 옵션이 강한 2번이고, 그다음이 6번, 9번 타자 일 것이다. 일반적인 시즌에 일반적인 팀에서 3-4-5를 노릴만한 타자는 각 팀에 2~3명 밖에 없다. 그런데 이 타자들이 굳이 칠 수 있는 공을 치지 않고 볼넷으로 1루에 만족을 한다면 상대 배터리는 얼마나 편하겠는가? 굳이 공을 스트존에 빠듯하게 던질 필요도 없다. 어차피 대충 볼이면 거르고 1루에 나가는 걸로 만족할 텐데. 그리고 대부분 팀 내에서 3-4-5를 노리는 타자라면 주루가 약하기 때문에 해당 타자가 고작 볼넷에 만족한다면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이제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필자가 모플랫폼에서 야구중계를 할 때, 9회 2사에 한 점 차였나? 두산 마무리 프록터가 마운드에 있었고 6~7번 타석 때 나지완이 대타로 나왔다. 그리고 나지완 뒷 타자는 차일목이었고. 여기서 나지완은 프록터가 키패드 5번에 던진 커브를 연달아서 지켜보기만 했고, 결과적으로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강한 분노를 느꼈고, 저건 나지완이 거포라고, 혹은 스스로 좋은 타자라고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되는 직무유기다라고 주장을 했으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나지완은 볼넷을 얻어서 나갔으니 잘했고, 그다음에 아웃당한 차일목이 문제라는 글들이 올라왔었다. 이게 과연 올바른 주장인가? 1점 차 9회 2사에 감독이 "나지완"이라는 타자를 대타로 출장시킨 건, 단순하게 볼넷으로 출루하라고 내보낸 게 아니다. 그럴 거면 굳이 나지완을 쓸 필요가 있는가? 나지완은 루상에 나가면 주자로는 가치가 없는 선수인데 "고작 볼넷을 얻기 위해서" 나지완을 9회 2사에 대타로 쓰는 정신 나간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나지완은 거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본인이 휘둘러서 본인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미션을 받고 출전한 것이다. 나지완은 본인의 임무를 본인보다 타격 재능이 보잘것없는 차일목에게 비겁하게 미루어버린 것이다. 설사 본인은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중요하지 않다. 스포츠는 결과가 중요하니까. 본인이 생각하는 타자의 적극성과 책임감이란 이런 것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본인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09 김상현이 3 볼 타격이 많았고 필자는 결과가 좋든 나쁘든 김상현을 나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클린업이나 거포는 원래 그래야 하는 자리니까. 적극성을 띄고, 내가 해결하겠다는 책임감과 본인의 배팅 실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리니까. 

 

3. 그렇다면 도대체 왜 볼넷에 대해서는 관대한가

 먼저 필자의 의도를 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당연히 볼넷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타격 기술이 좋지 않아서 손이 나오지 않아서 볼넷을 얻었다면 당연히 아웃되는 것보다 볼넷이 나은 거 아닌가. 단 볼넷에 치중하느라 클린업들이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적극적인 타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작 볼넷을 얻었다고 좋아하는 타자와 그를 비호하는 팬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논리로 아웃보다 볼넷이 낫지라고 팬들은 생각하고 볼넷에 열광한다. 그런데 타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코스로 들어오는 모든 종류의 구종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투수가 던진 공이 시작부터 볼로 들어오면 모를까, 그 외에는 어느 정도는 타자들도 운에 맡기는 것이다. 같은 구종을 던지더라도 손가락을 깊게 넣어서 놓냐, 얕게 놓아서 긁냐에 따라서 휘는 각도가 달라지며, 타자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타자는 구종이 아니고 존을 노려서 치는 것이다. 슬라이더는 대충 이 정도 타이밍, 커브는 저정도 타이밍, 포심은 요정도 타이밍. 그러면 대충 이정도 타이밍에 나가다가 포심이면 커트하면 되고, 커브면 어차피 느린 공이니까 보고 커트하면 되겠네. 이게 좋은 타자들의 타격방식이다. 그래서 이런 타자들이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대충 포심 보고 나가다가 공이 휘면 커트해"다.(해당내용은 추후 피칭디자인 관련 글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하기도 한다. "아니 안타는 어쨌든 타자 본인의 능력으로만 만들어내는 건 아니잖아요.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수비를 하기 위해서 공간이 비고 블라블라~" 그러면 한 가지 물어보자. 볼넷은 타자 본인의 능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건가? 타자가 특정 코스에 약해서 그 코스를 버리거나, 혹은 손이 안 나가는데 그쪽 코스로 온 공이 "운이 좋게도" 모두 볼이 되었다. 이걸 과연 타자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심판의 볼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포수의 프레이밍까지 이야기를 하면 더더욱 타자의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당연한 말을 나열해서 글의 분량을 늘리지는 않겠다)

 

 팬들에게 단타는 항상 타자에 대한 아쉬움으로 귀결된다. "아 안타 쳐서 나가서 다행이네."가 아니고 "아니 저 코스로 공을 띄웠으면 2루타잖아" 혹은 "아니 강하게 퍼올렸으면 넘어갔네"라던지. 그러니 팬들은 심리적으로 단타에 대한 가치를 실제 가치에 비해서 깎아내린다. 하지만 볼넷은 "그래 아웃 안되고 출루한 게 어디냐"라는 가치 판단에 있어서 무의미한 감정이 포함된다. 그래서 항상 단타는 쓰레기고, 볼넷은 소중하다. 

 

 필자가 투승타타에 대해서 썼던 글이 있다.(https://fluencejung.tistory.com/16) 이 글에 필자가 이런 내용을 작성했다. 그 글을 마지막으로 이번글에 대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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