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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Blue Giant / 블루자이언트(2023)

by 플루언스정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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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과 비슷한 연령대라면,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서 물랑루주, 시카고, 노트르담의 꼽추와 같은 뮤지컬 영화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음악이 가미된 영화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었으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종류의 영화가 영상과 음악이 어떻게 스며들지 많이 궁금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음악이 좋았고, 좋은 음악에 대해서 좋은 의도로 장면의 화려함을 구성했으나, 오히려 너무 좋은 의도로 장면의 화려함을 구성해서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블루 자이언트를 감상하고 느낀점은, 일단 구성이 우리가 익히 아는 클리셰가 넘실대는 성장물이다.(원작이 있다고 하는데 원작은 보지 않았고, 단지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다.)  그래서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들은 적당한 분장과 적당한 크기의 소리로 음악이 깔리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가사로 전달이 되는 형태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과한 시각적 이펙트와 아주 큰 소리의 색소폰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피아노와 드럼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얹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색소폰의 아주 큰 소리가 거슬리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후술 하도록 하겠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어느 순간 색소폰에 인생을 바친 학생과, 본인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하지만 음악에 대해서 진심인 피아니스트 그리고 친구의 열정에 홀리듯이 이끌려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끈기만 남아있는 초심자 드럼이 세션을 구성해서 연주를 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스스로 벽을 느끼기도 하면서 점점 발전해 나가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의 성장물이다. 그래서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화려한 CG로 인해서 재미를 느끼고 몰입을 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애니메이션이지. 트랜스포머나 닥터 스트레인지시리즈처럼 CG가 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나처럼 "음악" 애니메이션을 보러 간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음악 "애니메이션"을 보러 간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4.

 본인은 좋은 재즈 리스너는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좋은 재즈 플레이어도 아니다. 하지만 재즈를 좋아하고, 재즈를 즐겨듣는 입장에서 클리셰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용보다, 음악과 재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색소폰과 같은 브라스는 대중적인 재즈곡을 듣다 보면 존재감이 아주 크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금관악기에 대해서 물어보면 트럼펫과 색소폰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텐데, 이 두 악기는 쨍한 소리를 내는 악기다. 주인공이 말하는 "전력으로 부는 색소폰"은 믹싱할 때 튜닝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악기의 소리를 모두 잡아먹는 아주 파괴적인 소리인데 해당 영화에서도 주인공과 친구들의 재즈 세션은 마지막 합주를 제외하면 항상 색소폰 소리에 드럼과 피아노가 잡아먹힌다. 애니메이션 중반즈음에 주인공은 피아니스트에게 너의 솔로는 항상 느낌이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색소폰의 기세에 혹은 소리에 피아니스트가 맞춰주는 느낌이 되기에 항상 같은 느낌으로 연주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피아니스트가 다른 세션에 게스트로 나가서 합주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무조건 강한 음, 강한 자기주장만이 세션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아닌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 주인공 위주의 이야기 편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5.

 상기 서술한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게 화려한 CG 이펙트인데. 영화 바빌론의 후기글에서도 언급했듯,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 영상물이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시각과 청각의 중점에서 밸런스를 찾는 대신 더 강한 소리와 더 강한 CG 이펙트를 넣는다. 강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강한 CG 이펙트를 넣는 건 당연히 올바른 방향성을 지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둘 다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다. 미디어 팝아트 전시회를 가면 시각적인 효과에 집중하기 위해서 청각적인 효과는 적당히 밸런스를 잡아서 배경음으로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더 강한 소리와 더 강한 CG가 만나서 결국에는 관람하는 사람이 스스로 본인이 집중하고 싶은 영역을 선택하게 강요를 한다. "음악"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 관람자는 CG를 난잡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음악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 관람자는 색소폰 소리가 엄청 거슬릴 것이다. 심지어 세션인데 색소폰 소리가 다른 악기의 소리를 과하게 잡아먹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관람하는 사람이 본인이 좋아하는 영역을 취사선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전형적인 뒤를 잡는 포수.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둘 다 "전력으로" 제공해 줄게 남은 건 너의 선택이야.]라고 비겁한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6.

  "재즈는 강렬하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본인이 생각하는 재즈는 일치했다. 하지만 같으면서도 다른점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재즈는 라이브 무대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재즈 세션이든, 아니면 잼 세션이든, 재즈는 역동적이다. 같은 곡을 같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데 연주할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 어느 날은 피아노가 주도권을 가지고 연주를 하는가 하면, 어느 날은 브라스가 패도적인 소리로 노래를 이끌어 나가고, 어느 날은 항상 모두를 아우르며 속도를 조율하던 드럼이 폭주할 때도 있다. 각자 자기주장을 하지만 큰 틀에서 조화를 이룬다. 본인은 재즈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하지만 재즈를 널리 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라라랜드에 나온 키스 역의 행동에 동의한다. 일례로 시티팝 계열의 노래들이 반짝 빛날 수는 있지만 주류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사운드가 너무 피곤해서 지속적으로 감상하기 어렵다. 음악은 생각보다 대중의 삶에 가까이 있다. 운전을 하면서 듣고, 일을 하면서 듣고, 쉬면서 듣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씻거나 볼일을 볼 때도, 자면서도 음악을 듣는다. 그렇기에 사운드가 강렬하거나 하이톤 혹은 몽환적인 멜로디라인이 나오게 되면 반짝 귀가 즐겁고 재미있으나 데일리로 들으면 귀가 피곤해진다. "파란 불꽃"이 일어날 만큼 강렬해야 하지만, 존재감이 옅어져야 한다. 이게 재즈가 가진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강한 소리, 마음의 소리를 강렬하게만 내뱉는 색소폰에 대해서는 주인공과 본인의 생각이 조금 달랐다.

 

7.

 그런 의미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진짜 주인공은 피아니스트였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나서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러 간다면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내내 피아노의 소리를 귀기울여 들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연주 장면에서는 그전에 화려한 솔로를 보여준 색소폰과 드럼이 잊힐 정도로, 아니 "어쩌면 피아니스트가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8.

 이렇게 블루 자이언트(Blue Giant)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 지었다. 분명 시작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글이 진행될수록 재즈 이야기가 나와서 이게 무슨 영화리뷰인가 싶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음악" 영상물에 대한 이야기는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마치 애니메이션 초반부의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명작은 아니지만 그냥 무난하게 가서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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