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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투승타타가 중요한 이유 - 타자편

by 플루언스정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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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모사이트에서 야구 게시판에 관련된 칼럼과 글을 계속 쓰던 때, 세이버 메트리션들이 가공한 자료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기만 했지, 통계의 맹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세이버 지표에 대한 공격을 곧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세이버 메트리션들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시판 유저 중 한 사람이 있다. 그는 OPS 만능론을 펼쳤었는데, OPS의 맹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그 이후부터는 필자의 격렬한 안티가 되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세이버 스탯의 맹점을 이야기하면 본인을 공격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예로부터 세이버 스탯과 클래식 스탯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논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야구 칼럼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쓰다 보니 그때가 기억이 나서 꽤 재미있었다. 

 

 항상 모든 통계와 이론 그리고 자료는 무비판적 수용이 아닌, 그 자료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머리속으로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 위대한 수학자들도 본인들의 수식과 계산이 틀려서 후대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고, 과학자들의 이론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투승타타에서 타타를 맡고 있는 [타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타점의 의미

 타점의 의미는 간단하다 기댓값에 대한 결과. 야구적 정의가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내리는 정의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같은 클래식 스탯 외에 OPS와 같은 2차 스탯,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온갖 종류의 세이버 스탯은 결국 기댓값을 보여주는 스탯이다. 기댓값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확률이다.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다]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야구는 게임이 아닌, 사람이 하는 팀게임이기에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쪽으로 플레이의 방향성을 잡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도루의 가치가 변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안타의 가치가 변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홈런의 가치도 변한다. 그런 모든 변동 가능한 가치와 무관하게 야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가치가 한 가지 있다. 그게 바로 타점이다. 야구는 예술 점수가 있는 종목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타자가 출루를 해서 주자로 바뀐 다음 어떻게든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이든 동일한 1점. 이게 야구에서 야수가 펼치는 모든 공격과 수비 플레이의 결괏값이다. 

 

2. 그렇다면 타점은 왜 저평가 받고 있는가?

 타점이 저평가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과를 못 낸 것에 대한 아쉬움을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서 찾으려고 하는 자기 위안이 문제다.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서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내면 최상이지만, 아름다운 과정이 아름다운 결과를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세이버 스탯이 나왔다. 세상을 살아보면 알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과정이 결과를 앞설 수는 없다. 흔하게 스포츠나 게임팬들이 말하는 [졌잘싸]는 그런 세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낼 뿐이다. 아쉬운 패배를 했다고 해서 0.5패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 결과가 과정보다는 중요하다. 벵거가 아름다운 축구를 하면서 4/16할 때 팬들은 절대로 그 순위에 만족하지 못했고, 펩의 바르셀로나와 펩의 맨체스터 시티처럼 아름다운 과정은 아름다운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모든 많은 종류의 세이버 지표는 사실 타점에 종속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타점으로 타자를 논할 때, 타자 본연의 실력 이외에 많은 조건들, 예를 들면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있어야 하고,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얻기 위해서는 1사 혹은 무사 3루 상황이어야 하고, 뭐 기타 등등 여러 조건들이 있어서 타자의 순수한 실력을 알수 있다, 없다 가지고 수많은 논쟁이 생기겠지만 개인적으로 순수실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압박받는 상황에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점으로 타자를 판단하기 시작하면 클린업이 아닌 타자들은 평가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 또한 나올 수 있는데, 그것 또한 전통적으로 팀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들이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하고, 강한 2번의 트렌드에 맞춰서 2번도 잘 치는 타자들이 들어가므로, 애초에 [클린업에 못 들어가는 타자들이 타점에서 손해를 보는 게 억울하다]라는 전제부터 틀렸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금 타점의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지, 타점으로 타자들을 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기 서술한 것처럼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글을 다시 한번 차분히 읽어보길 바란다. 

 

3. 타점은 그럼 독립적인 지표로 어느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필자는 타점이라는 스탯을 볼 때, 득점권 타율 이것 하나만 같이 본다. 지금부터 이유를 설명하겠다. A라는 타자에게 10번의 득점권 기회가 와서 타점 3개를 얻었다. B라는 타자는 5번의 득점권 기회가 와서 타점 3개를 얻었다. 결과는 똑같이 3점이다. 단, A에 비해서 B의 효율이 더 좋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클러치 스코어라는 것도 있는데 (WPA)/(pLI)-(WPA/LI)라는 수식으로 구한다. 클러치 스코어는 선수 별로, 시즌 별로 큰 경향성을 보여주지는 못하나, 일반적으로 발이 느린 장타자들이 낮은 클러치 스코어를 보여주며, 발이 빠른 쌕쌕이 류의 타자들이 높은 클러치 스코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 빠른 발과 느린 발의 차이로 병살이 될 타구를 선행주자만 아웃이 되는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클러치]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냥 필자는 타점과 득점권 타율 두 가지만 보고, 해당 타자가 어느 정도로 효율적으로 타점을 생산했는지만 본다. 그리고 추가로 하나 더 본다면 그 해 시즌 타율을 본다.(그래서 22 황대인을 플루크라고 했던 것이다. 야만없이지만 그 자리에 필자의 주장처럼 채은성이 있었다면 채은성은 100타점은 충분히 넘겼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왜 굳이 출루율과 장타율이 아닌 타율을 보냐는 세이버 스탯도 모르는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기에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겠다. 루상에 있는 주자를 단순하게 출루만 해서 불러들이는 방법은 딱 한가지다. 만루 상황에서 사사구를 통한 밀어내기. 이런 경우가 한 시즌에 한 선수에게 몇 번이나 존재할까?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다. 미미한 확률은 버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클린업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타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 내에서 가장 잘하는 타자들이 클린업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 타자들이 "타점을 위한"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 않고, 혹은 못하고 "출루"에 집착한다면, 이 득점기회는 본인보다 못한 타자에게 넘어가게 되고, 그러면 팀 입장에서는 득점 확률이 더 떨어지는 것이다. 이건 비단 세이버 스탯과 클래식 스탯의 문제가 아니고 논리적 사고의 문제다. 그래서 필자는 이대호의 발언에 대해서 나쁘지 않게 생각했다. 

 

이대호의 발언

 

4. 마치며

 투승타타 글을 작성할 때, 모사이트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도대체 언제적 투승타타냐고, 자기는 투승타타 이야기하는 사람하고는 야구이야기 안 한다고. 그런데 이 이야기는 필자가 칼럼을 쓰던 2011년에도 있었고, 2014년에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세이버스탯은 정확하거나 직관적인 근거나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세이버가 나온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세이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냐는 댓글을 달던데 그런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긴 역사를 지닌 클래식 스탯을 무시하는 촌극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온다. 지엽적이며 큰 줄기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세이버 스탯, 그러니까 클래식 스탯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세이버 스탯이 나왔으니, 당연히 클래식 스탯들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위해서 세이버 스탯을 사용해야 하는데, 세이버 스탯을 클래식 스탯처럼 사용하려다 보니 야구팬들의 체감과 괴리가 있는 선수들이 다량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커리어 통산 박용택이 이범호, 박석민, 심정수, 이병규보다 WAR이 더 높으니 결국 더 뛰어난 선수다라고 주장하면 "그래서 박용택이 우승은 시켜줬고?"라는 반응과 "이범호, 이병규는 국대도 나갔고, 박용택은 도루왕해서 국대에 대주자 역할로 진출한 거 제외하면 이종욱, 이용규, 이진영에 비해서 밀렸으니까 국대를 못 나간 거 아니냐?"라는 체감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세이버 스탯은 아주 좋은 스탯이다, 클래식 스탯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기에는.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 왜냐면 야구는 변수가 너무 많고, 컴퓨터 게임처럼 데이터대로만 움직이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이버 스탯들은 그 모든 변수와 요인들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표현하지도 못한다.(타격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수비와 주루에서는 아직도 보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저번 글들을 퍼간 사이트의 댓글과 글들을 몇개 읽어보았는데 문장 하나를 편집해서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말들이 많던데. 이해하겠다.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건 글을 어렵게 쓴 내 잘못도 있을 것이고, 글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의 탓도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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