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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기아타이거즈의 김종국 감독을 경질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찰

by 플루언스정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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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국 감독의 계약기간 마지막 해, 2024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년동안 김종국 감독이 보여준 야구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김종국은 무조건 경질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야구 감독들은 굉장히 보수적인 직업이다. 최대한 안전한 길을 선택해서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기에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계산해놓은 틀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팬 입장에서야 왜 모험수를 두지 않냐고 비판이나 비난할 수는 있으나, 전국에 10개 밖에 없는 직업이고, 한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면 복귀가 어렵다는 점(이순철, 서정환 등등)을 미루어 보면 당연히 감독은 보수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보수적으로 운영해서 안되면 순리대로 운영을 했으나 미흡했다고 하면 되지만, 혁신적으로 운영을 하다가 시즌이 망해버리면 온전히 감독탓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일부 감독들에게 쓰는 선수만 쓴다고 "쓸놈쓸" 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김종국 감독은 임기 동안 고정 된 라인업을 정말 즐겨서 사용했던 감독이며 이런 경향성은 특히나 1루수와 불펜투수에서 도드라졌다. 1루수로는 황대인을 거의 고정으로 쓰다가 최원준 제대 이후, 최원준도 쓰고 싶고 이창진과 이우성의 자리도 만들어주어야 하니 최원준을 1루수로 사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내야 수비에 부담을 느끼는 최원준의 입장이 얼마나 고려되었는지 궁금하다. 특히나 최원준은 수비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면 타격이 매우 나빠지는, 어떻게 보면 멘탈이 약한 선수인데 어째서 최원준을 내야수로 쓰면서 까지 외야에 이창진을 썼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최원준이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날은 올 시즌 한정해서 황대인과 변우혁이 거의 반반의 비율로 출전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야수쪽에서는 합리적으로 경기 운영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어찌되었든 한준수를 경기에 출전시키면서 경험치를 먹인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1. 투수파트
 투수진에서는 "쓸놈쓸"이 너무 심했다. 첫번째로 정해영. 정해영은 하이패스트볼의 구위와 로우존에 들어가는 슬라이더로 피칭 디자인이 되어 있는 투수고, 이렇게 전형적인 파워피쳐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투수는 포심의 구속이 나오지 않는 경우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투수다. 특히나 그 투수가 겨우 144km짜리 공을 던진다면 더더욱 포심의 구위, 혹은 다운-무브먼트든, 업-무브먼트든 무브먼트가 죽어버린다면 평범한 배팅볼 투수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김종국은 정해영을 너무 오랜 기간 1군에 뒀다. 정해영은 팀의 주전 클로저였다. 클로저가 흔들리면 선수들은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고, 그것은 곧 경기력으로 표출된다. 빠른 판단으로 정해영이 포심의 구속을 잡을 수 있게, 혹은 간단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무브먼트에 대한 변화를 주는게 올바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로 최지민. 최지민은 22시즌이 끝나고 질롱 코리아에 가서, 일반적으로 신인선수들이 공에 손도 안대고 한 시즌을 진행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하는 겨울에도 공만 던졌다. 그리고 질롱 코리아에서 스텝업을 한 최지민을 김종국은 시즌 초반부터 끝까지 굴렸다. 올시즌 기아타이거즈에서 최지민의 보직은 프라이머리 셋업이었다. 주로 클로저 앞에 등판하며, 상황을 정리(set up)해 놓는다는 뜻으로 주로 셋업맨이라고 많이들 부르는 그 보직이다. 최지민의 보직은 셋업맨인데 마치 김종국은 포스트 라루사이즘을 몸소 실천이라도 하듯, 최지민을 점수차와 상관없이, 심지어 지고 있는 경기에도 승부처라고 생각하면 투입하는 세이버 메트리션들이 약 15~20년 전쯤에 주장하던 투수 운용을 했다.(그리고 포스트 라루사이즘은 라루사이즘에게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그리고 결과는 순위싸움이 어느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말 그대로 순위가 어느정도 잡혀가는 시기인 6월과 7월에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며 포심의 구속이 떨어지는 일시적인 데드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때 최지민을 조금 덜 썼더라면, 시즌 말미에 최지민이 멀티이닝을 좀 더 던졌을 수도 있고, 그러면 기아는 최지민을 갈아넣어서 5위라는 성적을 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임기영을 이의리와 묶어서 1+1 전략을 세운건 꽤 괜찮았다. 다만 김종국도 이의리가 한 시즌 내내 스트라이크를 못던질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뿐. 그래서 결국 정해영의 빈자리를 최지민, 임기영으로 집단 마무리도 해보고, 임기영을 마무리로도 써보고(비록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그러는동안 팀의 투수력이 점점 소모되어 갔다.
 
2. 야수파트
 사실 야수파트에서는 김종국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 박동원이 엘지로 이적한 것은 김종국의 잘못이 아니며, 김도영과 나성범의 부상이 길어진 것 또한 김종국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수비가 되어야 한다. 점수를 내지 못하면 비기거나 지지만, 점수를 주지 않으면 이기거나 비길수 있다. 그러면 일단 야수 라인업을 짤 때, 수비력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 여러번 강조했지만 필자라면 절대로 소크라테스가 중견수에 있는데 이창진과 이우성을 양 코너 외야수로 동시에 출전시키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고, 어떻게 보면 미련한 라인업인데,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이고, 확률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도대체 왜 3할을 간신히 치는 이우성과, 평균적으로 0.270을 치는, 그 와중에 한시즌에 두자리수 홈런을 기대할 수 없는 그런 야수들을 양코너 외야에 보내서 낼 수 있는 점수가, 수비를 못하기로 소문난 이 두선수가 외야에서 상대에게 헌납할 수 있는 점수보다 많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외에는 사실 야수 라인업에서 큰 불만은 없다. 사실 그런 불만을 가질 정도로 기아 타이거즈의 야수 뎁스가 깊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3. 결론
 사실 23년도 기아타이거즈는 타격의 팀이다, 투수력의 팀이다를 논하기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시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타격이 약한팀이라고 판단되어 진다. 일반적으로 팀 방어율이 3~4에서 형성이 된다고 가정하고, 타격의 팀이라면 3득점 이하의 경기가 전체 경기수에 비해서 적어야 할 것이며, 거기에 투수력까지 강하다면 3득점 이하의 경기에서 승률이 나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서 직접 계산해보았다.

2009년 기아타이거즈

 

2017년 기아타이거즈
2023년 기아타이거즈

 

 이 자료를 토대로 표로 정리했다. 단 계산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무승부는 승리하지 못한 것이므로 패로 규정했다. 
 
<3득점 이하 경기> - 비율은 반올림처리

 총경기수경기 비율해당경기 승률
2009141324735%30%
201761364330%14%
202390475639%16%

 
 위자료에서 볼 수 있듯, 2023 기아타이거즈는 전체경기의 39%에서 3득점 이하의 경기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무려 25게임에서 1점 이하의 득점을 했다. 시즌에서 17% 확률로 0득점, 1득점 하는 팀을 타격의 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나성범과 김도영이 빠진 기간을 보정하더라도, 최소한 나성범이 있는 기간인 58게임에서는 타격이 좋은팀이었을 수 있으나, 144경기중 나성범이 빠진 86게임에서는 타격이 좋은 팀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사실상 나성범이 기아 타이거즈의 타선 전체를 이끌고 나가서 타격이 좋은 팀처럼 보일뿐, 사실 타격이 그렇게 좋은 팀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KT는 기아와 비슷하게 올 시즌 3득점 이하 경기를 총 59경기를 치루었으며, 16승 42패 1무승부로 승률 27%를 기록했다. 그런데 우리가 23KT에게 타격이 좋은팀이라고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아타이거즈도 나성범이 없는 기간에는 결코 타격이 좋은 팀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투수를 좀 더 잘 썼어야 하고, 이게 감독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아가 16% 확률로 이기는 동안, KT는 27% 확률로 이겼고. 그래서 기아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KT는 코리안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4. 결론
 기아는 김종국을 바꾸었어야 했다. 23 기아타이거즈는 세간의 생각과 다르게 타격이 좋은 팀도 아니었으며, 투수력이 좋았던 팀 또한 아니었으나, 최지민과 임기영 덕분에 최소한 이길수 있는 경기를 잠구는 능력은 있었다. 그리고 이의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임기영을 덜 굴렸다면, 최지민을 조금만 소중하게 썼더라면, 어쩌면 기아는 한두경기 정도는 더 이겼을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이우성, 이창진이 양코너 외야에서 수비를 하지 않았더라면, 고종욱이 좌익수로 나와서 만세를 부르지 않았다면, 어쩌면 한두경기는 더 이겼을 수 있다. 부상과 선수의 이적은 감독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있는 자원을 잘 쓰고 못쓰고는 감독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국은 경질되어야 했다. 왜냐면 나성범이 내년에도 올해만큼 잘 쳐준다는 보장이 없고, 이미 노쇠화가 보이는 양현종도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모른다. 이의리와 윤영철은 말할 것도 없으며, 김선빈 또한 내년에 건강하게 몇경기나 뛸 수 있을지 모른다. 만약에 기아가 정말로 양현종, 김선빈, 나성범이 있는 동안 우승, 아니 최소한 와일드 카드 이상의 자리에서 포스트 시즌을 가려면 김종국을 경질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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