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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투승타타가 중요한 이유 - 투수 편

by 플루언스정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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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이후, 세이버 스탯은 마약처럼 퍼져나가 순식간에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남들이 다 아는 클래식 스탯 이외의 것들을 안다는 지적만족도를 충족시키고, 야구를 보는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세이버 스탯을 맹신하는 광신도 또한 생겨나게 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세이버 스탯을 배척하지 않는다. 클래식 스탯과 더불어서 같이 보면서 클래식 스탯을 보완하는 용도로 즐겁게 사용하고 있다. 단, 세이버 스탯을 맹신해서 모든 클래식 스탯을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무시받고 있는 투승타타(투수는 승수, 타자는 타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한다. 

 

1. 투수에게 승수는 왜 중요한가

 먼저 승리투수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KBO규정집에서 해당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KBO 규정집에 있는 승리투수 요건

 대부분의 경우 (a), (c)-(4)에서 승리투수가 누구인지 결정된다. 그러니까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승리"에 대한 폄하를 하고 싶을 때 가지고 나오는 [승리는 투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다, 그러므로 승수는 투수 본연의 능력이 아니다]라는 말은 선발투수에게 유리하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아무리 잘 던져서 리드를 잡고 마운드에서 7회에 내려왔어도 불펜투수들이 팬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르듯 경기에 불을 지르게 되면 그날 내가 잘 던진 기록은 노디시젼이 되는 거다.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같은 팀 동료의 방망이로 점수를 내야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점수를 주지 않거나, 적게 주어야 한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은 이 사실을 교묘한 말장난으로 마치 투수의 승수는 다른 요인에 의해서 종속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실 투수의 승수와 방어율, 그리고 소화한 이닝 수는 투수 본연의 능력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스탯이다. 그래서 본인은 각종 세이버 지표들을  승수와 방어율과 이닝과 결합시켜서 선발투수에 대한 평가를 한다. 

 

2. 선발투수가 실점을 해도 되는 경우

 위의 소제목은 누가 봐도 "이게 무슨 소리야? 얘 야구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선발투수가 실점을 하더라도 빠르게 경기운영을 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1) 우리 타자가 상대 선발을 1~3회에 녹아웃 시켜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을 때

  - 이 경우에 대부분의 경우 선발이 빠르게 강판되면 대부분 불펜 B조, 그러니까 추격조나 1.8군 선수들이 올라오게 된다. 이미 경기가 한쪽으로 쏠려버렸기 때문에, 추격조를 사용해서 가비지 이닝을 처리하게 해서 필승조를 아끼거나, 유망주들을 이용해서 경기 경험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남은 경기를 알차게 사용한다. 그러면 마운드에 있는 우리 투수는 점수차를 믿고 빠른 템포로 경기를 운영해서 우리 야수들의 수비 시간을 줄여주어야 한다. 야수는 수비이닝이 끝나면 타자가 된다. 반대로 타자는 공격이닝이 끝나면 야수가 된다. 야수도 사람이기에 수비를 위해서 몸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세를 낮추고, 공을 잡기 위해서 긴장을 하고, 타구에 집중을 하다 보면 피로도가 쌓인다. 이런 경우에는 선발투수가 설사 2~3 실점을 하더라도 빠르게 경기템포를 가져가서 야수들의 집중력을 유지시켜주어야 한다. 이 경우, 투수가 빠른 템포로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방어율은 오를 수 있지만, 우리 타자들이 지치지 않아서 점수차이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벌릴 수 있는 확률을 올려준다. 반대로 상대팀은 추격조나, 유망주 투수들이 나와서 야수들의 수비시간이 더 길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서 상대 야수들은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는 반사이익도 얻을 수 있다. 

 

 2)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

  -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팀이 승리를 하려면 선발 투수가 잘던지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고, 수비를 하는 야수들이 타자가 되어서 득점할 수 있는 확률을 올려주어야 한다. 이 경우는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주자가 없는 경우에는 빠른 템포로 경기를 운영해서 야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냉풍기의 바람을 쐬거나, 온풍기의 따뜻함을 누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수비가 길어지면, 날이 더우면 지치고, 날이 추우면 사람의 몸이 경직된다. 잊지 말자, 야구는 사람이 하는 거다. 게임처럼 날씨가 춥든 덥든 게임 스탯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3. 그럼 투수 본인의 능력은 어디서 알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팀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아예 없는 것이다. 팀단위 스포츠는 서로의 실수를 서로가 도와주면서 진행되는 스포츠다. 그런 스포츠에서 개인의 독립적인 능력을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다는 건가. 그런 의미에서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또한 세이버메트리션 및 라이트 팬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스탯이지만, 이 역시 투수의 개인 능력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삼진, 볼넷, 홈런만을 대상으로 ERA 스케일로 환산해서 만들어 낸 스탯은 투수의 개인 능력이라고 하지만 포수가 어떤 성향의 리드를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이것 또한 나중에 "포수리드의 허상"이라는 글로 찾아올 예정이다.) 포수가 변화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조심스럽게 공들여서 리드를 하는 타입이라면 피네스 피쳐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볼넷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포수가 속구위주로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는 타입이라면 파워피쳐가 아니라면 당연히 홈런을 포함한, 피장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포수가 다양한 볼배합은 머릿속으로 외워서, 혹은 임기응변을 통해서 그때그때 다른 배합을 할 수 있겠지만 포수도 사람인지라 경향성을 완전히 버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투수인데 포수가 누구냐에 따라서 성적이 바뀌고, 투수가 전담포수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이버 스탯은 클래식 스탯과 연관 지어서 같이 볼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거지, 세이버메트리션들의 주장처럼 세이버 스탯만 놓고 선수를 평가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그저 선수들을 사람이 아니고 컴퓨터 게임의 데이터 쪼가리로 보는 행위일 뿐이다. 

 

4. 마치며

 필자가 야구 탭을 구분할 때, 테니스공, 연식구, 공인구로 나누어 놓은 이유는 같은 이론을 설명할 때 서로 깊이를 다르게 하기 위함이다. 오늘은 테니스공 탭에 적은 글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적어두었고, 비슷한 내용으로 더 심화된 글을 추후 작성하도록 하겠다.

 

 잊지 말자 야구는 [사람이 하는 팀게임]이다. 이런 논리적인 사고가 팀이 이기는 데 누가 큰 도움을 주었냐와 같은 스탯에서 보이지 않는 맹점을 짚어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논리적인 사고를 "보이지 않는 무언가" 혹은 "썸띵 인비져블"이라고 조롱한다. 다음 글은 [투승타타 - 타자 편]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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