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APBC를 보고 느낀점

by 플루언스정 2023. 11. 17.
728x90

1. 투승타타니 뭐니 해도 역시 타자는 에버리지가 좋은 선수들을 꾸려서 가야 한다

 뭐 OPS가 어쩌고 저쩌고 알겠는데, 국제대회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심판들이 각자 다른 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기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왔다 갔다 하므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다고 느끼는 공에 대해서 적극적인 타격을 할 줄 아는 타자들이 중요하다. 기자들이나 팬들이야 뭐 홈런 타자가 없어서 현재 국대가 득점력이 약하다고 하는데 내가 배터리여도 타자들이 적극적인 타격도 하지 못하고 그나마도 어퍼스윙하느라 공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한다면 넘치는 힘과 선구안이 무슨 소용인가. 다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왜곡되어서 이대호 홈런, 이승엽 홈런 이런 것만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08~12 국대까지는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었다. 정근우, 이대호, 이용규, 이승엽, 김현수 등등 그 당시 국대에서 방망이로 포지션과 레귤러에 진입한 선수들은 인내심도 있지만 모두들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타격을 해서 좋든 나쁘든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수들이었다. 상대 투수와 야수들도 사람인데 적극적으로 휘둘러서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게 되면 아무래도 커맨드에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실투가 나와서 결정적인 순간에 크게 맞는 확률도 증가하는 것이다. 

 

2. 국제대회는 무조건 쌕쌕이류의 선수들이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중심타자 두어 명 정도는 이대호, 김태균 같이 주루에 능하지 못한 선수들이 나와도 괜찮으나 이종욱, 정근우, 이용규 같은 쌕쌕이류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무조건 큰 가치를 가진다. OPS가 어쩌고 도루의 가치가 생각보다 적고 주루사의 확률이 어쩌고, 도루 성공률이 퍼센티지 별로 가치가 어쩌고 하는데 사실 국제대회에서는 별거 아닌 거에 투수가 흔들리고 야수들의 집중력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쌕쌕이류 선수들이 출루를 해서 상대방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을 많이 할수록 야구가 쉬워진다. 

 

3. 수비 스페셜리스트가 있어야 한다

 흔하게 이야기하는 국대 리즈시절에 방망이가 부족하거나, 해당 대회에서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수비와 주루로 밥값 이상을 하던 선수들이 기억난다. 김민재, 박기혁, 이종욱, 고영민 등등 이 선수들의 부족한 방망이는 이대호, 김태균과 같이 방망이가 수비력에 비해서 좋은 선수들이 채워주고 수비에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 2013년 이후로 국대는 투수력의 문제도 있지만 내야수들의 수비실수가 너무 잦아서 경기를 쉽게 내주는 경향이 있다. 

 

4. 투수력의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졌다

 이건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의견을 존중하고 싶으나, 아닌 건 아닌 거고 틀린 건 틀린 거다. 2013년도 이후로 국제 대회에서 투수력이 너무 처참하다. 솔직히 현재 국대와 08 베이징 국대와 10경기를 한다고 하면 08 베이징 국대가 8승 2패 이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타자들의 실력차이도 있지만, 이미 선발싸움에서 완패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08년도 같았으면 이의리 같은 선수는 국대에 뽑히지도 못했다. 문동주? 선발은커녕 가비지 이닝을 던지면서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최준용? 국대 뽑히는 순간 인터넷에서 카르텔 언급된다. 윤석민, 임태훈, 정우람 정도의 성적을 내고도, 송승준, 봉중근만큼의 성적을 내고도 더 나은 투수가 있다 없다로 논쟁하던 시기가 08~11년도다. 장원삼, 장원준 정도의 성적을 내고도 국대에 뽑히니마니 했던 시절인데 어디 이의리, 문동주, 최준용이 뽑히기나 하겠는가.

 

 오늘 경기 일본 투수와 선발 매치업만 봐도 그렇다. 일본 투수는 포심-슬라-커브-쓰리핑거-발칸첸졉 벌써 경기에서 이렇게 5가지 구종이나 던지더라. 심지어 제구도 꽤 준수하고. 반면에 이의리? 포심하나도 커맨드나 로케이션은커녕 컨트롤도 안되는데 이게 무슨 국대 투수인가. 더 충격적인 건 오늘 이의리의 모습이 평소의 이의리를 생각하면 평균보다 훨씬 잘 던졌다는 것이다. 리그에서의 이의리는 오늘 보여준 이의리보다 훨씬 못한다. 그건 기아팬인 내가 보증한다. 오늘 이의리는 평소의 이의리보다 훨씬 잘했다. 근데 겨우 이 정도다. 

 

5. 그런 의미에서 로봇심판 도입은 자살행위다

 사실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됐다. 분명 허구연이 총재로 가면서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뭐 로봇심판이 어쩌고 저쩌고 다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로봇 심판을 사용하면 KBO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다.

 

 타자는 리그에서의 스트라이크 존과 국제 대회에서의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다를 것이다. 선구안과 협응력 그리고 타격 스킬을 기반으로 해서 존에 들어오는 공에 적극적으로 컨택을 하는 타자가 많으면 또 뭐 국제 대회 심판에게 적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 KBO리그에는 그런 유형의 타자가 거의 없다. 워낙에 투수들 제구가 좋지 않다 보니까 애초에 스트-볼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존을 좁히고 쳐도 충분히 대응이 된다. 실제로 이정후가 그런 마인드셋으로 타격을 하는데 아무도 이정후를 막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타자들은 리그 경기와 국제 대회의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걸 적응할 능력이 없다. 

 

 투수도 리그에서의 스트라이크 존과 국제 대회에서의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다를 것이다. 보더라인 투구를 하더라도 로봇심판은 스트를 잡아주는데 심판은 안 잡아줄 수도 있다. 그럼 그때마다 경기 플랜과 존을 수정해 나가면서 던질 것인가? 그게 되면 리그에서 인간 심판이 서 있을 때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 사실 이 정도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로봇심판이 있든 인간 심판이 있든 별로 신경 안쓸 것이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서 내가 존을 재설정하고 던지면 그만이니까. 

 

 그러면 KBO가 주도적으로 모든 국제대회에서 로봇심판을 사용하게 할 수 있는가?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NPB도 아닌 KBO가 국제 대회에서 로봇심판을 사용하게 룰을 개정할 수 있다? 차라리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흡수 통일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로봇심판인가? 그냥 솔직하게 팬들에게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서, 치적 사항을 늘리고 싶다고 말하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제대회 경쟁력, 공정한 경쟁, 이런 말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야구 해설가이면서, 해설가 이전에 야구 감독을 했던 허구연 총재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충분히 알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일개 팬의 입장에서 최근에 국제대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로봇 심판을 사용한 이후에 국제 대회에서 얼마나 더 개망신을 당하고, "언제까지 터지지 않는 선수들 이제는 달라질까?" 이런 류의 기사도 보고 싶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희망을 보다" 이런 기사도 보고 싶지 않다. "팬들은 책임이 없나?" 이런 기사도 보고 싶지 않다. 로봇 심판을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국제대회에서 연이은 참사들이 로봇심판이 없어서 생긴 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