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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기아 타이거즈와 김선빈의 헤어질 결심

by 플루언스정 2023.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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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FA 신청 명단에서 김선빈과 수비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는 안치홍, 딱 하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김선빈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이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김선빈과 안치홍, 같은 팀에서 키스톤을 맡으면서 꼬꼬마 키스톤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던 듀오가 서로가 서로의 대체제라는 비극적인 운명론적 아이러니가 기아 타이거즈 팬인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스포츠인걸.

 

 그런데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김선빈은 기아 타이거즈만 바라볼 이유도 없어졌고, 기아 역시 김선빈에게 배짱부릴 상황이 아니게 됐다.  

출처 : 스탯티즈

 김선빈의 30세 시즌부터 지금까지의 성적이다. 컨택률이나 인존 스윙률과 같은 것들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속하는 스탯이고, 스포츠는 결과가 중요하니까 결과만 보기 위해서 가장 결과론적인 클래식 스탯을 가지고 왔다. 김선빈은 해당기간 동안  2121타수 648안타로 타율 0.305를 기록했다. 

출처 : 스탯티즈

 일반적으로 한 시즌에 3할 타자가 15명 내외로 형성된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김선빈이 수비에서 얼마나 마이너스가 되든, 경기에 뛰기만 해도 이미 타석에서 벌어다 주는 게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김선빈은 아직도 팀 내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타자라고 봐도 무방하고, 기아 타이거즈는 이런 선수를 미적지근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 타이거즈는 2023년에 온몸 비틀기를 하면서 수비력과 무관하게 어떻게든 포지션을 만들어 내서, 이우성과 이창진을 진짜 "이 악물고" 썼다. 그리고 이우성을 2024년에도 사용하기 위해서 이 악물고 포지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이우성에게 1루 컨버전을 제안했다. 

이우성 스탯 / 출처 : 스탯티즈
이창진 스탯 / 출처 : 스탯티즈

 이런 선수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서 수비력은 신경도 안쓰면서 어떻게든 라인업에 꾸역꾸역 집어넣던 팀이, 갑자기 김선빈에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썼던 글(https://fluencejung.tistory.com/20 - 기아 타이거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잡아야 한다)에서 이야기했듯, 김선빈을 잡지 않으려면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 

 

 1) 기아 타이거즈 내부에서 누군가가 김선빈을 대체할 수 있는가

 2) 기아 타이거즈 외부에서 누군가가 김선빈을 대체할 수 있으며, 그 선수를 사 올 수 있는가

 

 그리고 링크를 걸어둔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 기아 타이거즈는 내부 자원인 김규성과 최정용으로 김선빈을 대체할 수 없다. 혹시라도 김도영과 박찬호의 포지션 조정을 통해서 2루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3루수에 들어갈 선수가 없다. 그러면 또 내야에서 수비를 못해서 외야로 나간 이창진을 다시 3루수로 사용할 것인가? 이런 주먹구구식 운영이 프로 구단에서 있을 수가 있는 일인가? 만약에 이우성을 1루수로 컨버전한 것도 모자라서, 김선빈을 놓치고, 포지션 조정을 통해 이창진을 3루수로 다시 불러들인다면 감히 예상하건대, 김종국은 서정환급의 금지어가 될 확률이 다분하다.

 

 그러면 기아 타이거즈 외부에서 누군가가 김선빈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내 생각에는 서건창이 2차 드래프트에서 엘지의 보호명단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 같다. 엘지의 현재 젊은 투수의 역량은 차명석 단장 이후, 피칭 코디네이터들의 피칭 디자인의 힘으로 타구단에 비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엘지 입장에서는 한자리라도 유망주들을 지키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데 서건창 정도의 선수를 보호 명단에 넣을 여력이 없다. 그러므로 만약에 기아가 2차 드래프트 명단을 받아 들고, 서건창을 지명할 생각에 김선빈을 놔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김종국과 프런트는 무능 수준을 넘어서서 그냥 방관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서건창 스탯 / 출처 : 스탯티즈

 누가봐도 김선빈이 서건창에 비해서 높은 티어의 선수가 아닌가? 분명 팀의 2023년도 기조는 윈나우였고, 썰이 도는 용병 투수도 분명하게 윈나우의 기조를 띄고 있는데, 갑자기 김선빈을 서건창으로 대체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팀 운영이라고 볼 수 있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는 김선빈이 60억을 주장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소문이니까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데 시장경제에서 사치품이 아닌 일반적인 재화의 가격을 결정하는 건, 결국 공급과 수요다. 현재 시장은 김선빈에게 전혀 불리할 게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고, 만약에 60억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잡지 않는다면, 다른 선수로 김선빈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면 된다. 물론 필자가 보기에는 불가능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값과 김선빈의 공헌도, 그리고 현재 실력과 미래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면 사실 60억이 큰돈인지도 모르겠다.(이택근의 50억 이후로 FA시장 인플레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아 타이거즈는 김선빈과 헤어질 결심인지 몰라도, 팬들은, 아니 최소한 필자는 아직 김선빈과 헤어질 결심이 들지 않았다. 아니 헤어질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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