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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깟 공놀이/테니스공

오타니와 김연경의 착한 페이컷

by 플루언스정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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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382&aid=0001093510

 

'우승 향한 열정 vs 선 넘었다' 오타니 디퍼 갑론을박

오타니 쇼헤이. 사진=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SNS[동아닷컴]현행 규정상에는 문제가 없다. 단 다음 노사 단체협약(CBA) 개정 때는 제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오타니 쇼헤이(29)의 6억 80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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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게임을 좋아하고, 야구와 농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좋게 말하면 승리에 대한 열정이나 욕심이 많고, 나쁘게 말하면 경쟁심이 강하여 시합에서 지는 걸 아주 싫어한다. 물론 그런 성격이라고 해서 졌다고 여기저기 화풀이하고 다니는 사회화가 덜 된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는 걸 많이 싫어한다. 그런 필자에게 Pro라는 접두사는 단순히 직업적 의미뿐만 아니라 더 심화된 의미가 전달된다.

 

 Pro라는 접두사가 들어가면 당연히 돈보다는 커리어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근우와 이용규가 한화 이글스로 갔을 때 이해하지 못했으며, 챔스 우승을 위한 즐라탄의 바르셀로나 이적을 이해하고, 무리뉴의 인터밀란의 챔스 우승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팅을 권장하는 바는 아니다.  오타니 계약의 핵심은 팀에게 샐러리캡의 여유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수준 높은 선수를 사 올 수 있는 돈의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우리는 이걸 전문 용어로 페이컷이라고 부른다. 

 

 페이컷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이제는 웬만한 스포츠는 모두 순수 스포츠에서 벗어나서 상업 스포츠의 길을 걷고 있으며, 그렇기에 부자구단은 더 많은 돈을 써서 좋은 선수를 많이 계약해서 좋은 팀을 꾸리기 쉬우며. 가난한 팀은 영원히 좋지 않은 스쿼드로 리그를 치러야 한다. 이로 인해서 승패가 뻔히 보이는 경기들로 인해서 경쟁이 줄어들어 리그의 경쟁력과 흥행을 모두 저해하는 요소다. 그래서 리그 전체의 발전과 흥행을 위해서 하드 샐러리캡이든 소프트 샐러리캡이든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페이컷에 대한 비난이 단순하게 "선수가 연봉을 적게 받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라거나 "돈 못쓰는 가난한 구단의 열등감으로 비롯된 비난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 구단은 우승을 목표로 존재한다. 그래서 스몰마켓 팀은 좋은 유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팜에서 좋은 선수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올라올 때, 윈나우를 선언하고 비어있는 포지션에 좋은 선수를 돈으로 사와서 우승을 하려고 노력한다. 돈이 많은 팀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들을 사모아서 우승에 도전한다. 상업 스포츠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슈퍼스타를 사 오면 그에 따라서 좋은 성적으로 인해서 혹은 인지도 높은 선수 덕분에 팀의 수익이 증대하고 또다시 많은 재정적 이익을 통해서 좋은 선수를 사 오는, 어떻게 보면 선순환이고 반대로 보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스몰마켓 팀들을 위해서 샐러리캡이라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다.

 

 LA다저스는 MLB에서도 손꼽히는 부자구단이다. 필자가 MLB에서 응원하는 워싱턴 내셔널즈나 템파베이 레이스와 같은 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돈이 많은 구단이다. 이런 구단에서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구단들끼리의 룰을 깨버렸다. 지금까지 디퍼(지급 유예)가 없었던건 아니다. 하지만 총액의 90%가 넘는 비율을 디퍼하는 계약은 지금까지 없었다. 양키즈와 같은 돈이 많은 구단들이 지금까지 비교적 양심적으로 계약을 맺고, 사치세를 내는 등 정해진 룰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면, LA다저스의 오타니 계약은 추하다 못해 저급하고 더러운 계약인 것이다. NBA를 즐겨보는 독자들이라면 페이컷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던컨, 노비츠키, 르브론, 듀란트 등등 이미 많은 스타들이 우승, 즉 커리어에 대한 욕심때문에 페이컷을 통해서 슈퍼팀을 결성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도 계약 총액의 90%가 넘는 금액을 디퍼하지는 않았다. 오타니는 페이컷 세계에서도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스포츠라면 스포츠맨십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경쟁. 하지만 환경적으로 공정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종류의 페이컷이 괜찮다고 하면 휴스턴의 싸인 훔치기는 왜 비난의 대상이 되었는가? 야구는 싸인을 훔치는 쪽과 싸인 훔치기를 방어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어떻게 보면 야구의 유구한 전통이며, 현재까지도 재주껏 싸인을 훔치는 행위는 치팅이면서, 당하는 쪽이 안일한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경기 중에도 싸인을 바꾸는 경우가 있으며, 싸인이 유출된 것 같다 싶으면 경기 전 미팅에서 싸인을 바꾸지 않는가. 전자 장비를 이용한 싸인 훔치기나 총액의 90%가 넘는 금액을 디퍼하는 행위나 똑같이 치팅인데 어째서 휴스턴은 지금까지 휴지통이고 오타니는 착한 페이컷인가? 마찬가지로 어째서 김연경의 페이컷은 숭고한 행위고 르브론의 페이컷은 "기껏 페이컷 해놓고 우승도 못하죠?"라는 조롱거리의 대상인가? 휴스턴의 전자 기기를 이용한 싸인 훔치기를 치팅이라고 비난하는 자들은 오타니도 똑같이 비난해야 하고, 르브론의 페이컷을 조롱하는 자들 역시 오타니와 김연경의 페이컷을 비난해야 한다.

 

 필자는 오타니, 르브론, 김연경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재단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의 이미지인지 만들어진 이미지인지도 모르는 선수에 대한 감상평, 심지어 지인이나 가족으로 알고 지내는 것도 아닌 그저 방송 매체에서 보여지는 짧은 순간의 이미지로 선수들의 호불호가 갈려서 같은 행위가 서로 다른 평가를 만들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타니 계약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또한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다. 오타니는 현재 MLB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선수다. 이런 선수의 추악한 계약을 승인해 버리면, 다른 팀들도 악용을 하게 될 것이며 설사 악용하지 못하게 오타니법을 제정한다 해도 다른 구단의 사무국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나 그동안 오타니에 비하면 아주 정직한 계약들로 사치세를 야무지게 내던 양키즈는 화병이 나서 죽을 수도 있다. 만약에 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면, 새롭게 떠오르는 MLB의 심벌을 자기들 손으로 추락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무국의 결정과는 별개로 이 추악하고 저급하고 더러운 계약이 착한 페이컷으로 둔갑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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